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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2002-03-27

DVD/메인과 단신

Apt Pupil 1998년, 감독 브라이언 싱어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태국어 오디오 DD 5.1, DD 2.0 화면포맷 2.35:1, 1.33:1 지역코드 3 출시사 콜롬비아

이런 공식적인 지면에 글을 쓰다보면 소위 거물급 DVD 타이틀을 주로 다루게 된다. 아무래도 갖춘 것이 많아서 쓸거리도 많은 데다, 사람들의 관심도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조건에는 별로 부합되지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DVD 타이틀이 손에 걸릴 때가 있다. 최근에 나를 흥분시킨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DVD가 딱 그 경우다. 물론 제작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물급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저 그런 영화의 DVD로 폄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닫게 된다. 일단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가 감독이고, <반지의 제왕>에서 마법사 간달프를 연기해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이안 맥켈런과 <의뢰인>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던 아역 브래드 렌프로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덤으로 TV시리즈 <프렌즈>의 데이빗 쉼머도 나오고, 거기에 덧붙여 원작도 다름 아닌 스티븐 킹의 유명한 단편집 <사계> 중 한편인 것.

그렇게 상당한 제작진영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나치즘을 다루는 어두운 내용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되지 않고 바로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던 것도 출시일이 한참 지난 뒤에 발견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였으니까. 그때 그렇게 비디오로 보았을 때 받았던 느낌은 ‘대단한 영화네…’라는 것이었다. 숨어사는 나치 전범 할아버지와 그에게 매료되는 고등학교 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싸움 자체가 나를 몰입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DVD로 다시 보았을 때는 그런 사건의 연속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두 주인공의 클로즈업 장면들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안 멕켈런의 눈동자를 클로즈업하는 화면들은, DVD의 고화질을 통해 몸서리쳐질 정도의 긴장감을 전달한다.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며 차츰차츰 과거의 광기를 드러내는 그 눈동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에 휩쓸릴 만큼 생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우수성과 DVD 고화질이 만나 만들어내는 진한 느낌을 제외하면,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DVD로서의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은 아니다. 특히 최근의 추세로 볼 때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한글 자막도 지원되지 않는 서플먼트는 정말 아쉽다. 그래도 30대 초반이라는 놀라운 나이의 감독이 촬영을 이끌어가는 모습과 자신의 연기관을 드러내주는 이안 맥켈런의 평상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 다큐멘터리는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플먼트에 대한 기대는 접고 좋은 영화를 DVD로 즐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DVD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