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이란의 여성감독들
2002-04-12

굴레를 벗고 카메라를 들다

“여성들이 일하려면 스스로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또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2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성으로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믿지 않는다. 이란에는 10명 정도의 여성감독이 있다. 그러나 나머지 500명은 남성감독들이다.” 지난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란의 여성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는 ‘이란에서 여성감독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여성을 전통의 상징으로 여겨 현대 문명에서 소외시키는 이 문화권에서 영화를 찍는 여성들이 그런 굴레에 갇힌 자신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란에서 활동중인 여성감독 중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은, 타흐미네 밀라니를 빼면, 마흐말바프가의 사람들이다. 그 중 하나가 언급한 마르지예 메쉬키니로,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아내다. 그의 작품 <내가 여자가 된 날>은 ‘여자의 생애’를 보여주는 세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아홉살이 돼 차도르를 입게 된 꼬마, 자전거경주대회에 참가해 이혼을 당하게 된 중년 여성, 전 재산을 털어 가구와 가전제품을 사서 바다에 떠내려보내는 할머니의 이야기. 어렸을 때는 여자라서, 결혼해서는 남편과 가족 때문에 자유를 빼앗기고, 결국 늙어버리는 이란여성들의 보편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최연소 감독(당시 20살)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딸이다. 아버지의 영화에 배우로, 조연출로 참여하다가, 18살에 연출 데뷔작 <사과>를 내놓았는데, 이 작품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사과>는 어린 쌍둥이 딸을 집에 가둬 기르는 아버지를 통해 이란의 여성억압 전통을 고발한 작품. 역시 이 작품을 초청한 로카르노영화제는 “단순하고 시적인 대사와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속에 지금 이란사회에 대한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를 창조해냈다”면서 “장래가 기대되는 새로운 재능을 선보였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쿠르드 난민행렬 이야기 <칠판>으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카메라를 든 이란의 여성전사,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

▶ 이란의 여성감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