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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는 어떤 영화
2002-04-12

출구 없는 현실과 아기 코끼리

홍종두(설경구)는 전과 3범이다. 폭행, 강간미수에 사람을 치어죽이고 뺑소니쳤다. 뺑소니로 2년 반을 복역하고 집에 왔더니 가족들이 이사가고 없다. 29살에 별을 세개나 단 종두도 한심하지만, 감옥간 그에게 이사간 사실도 알리지 않고 출소일조차 모르는 가족들도 무심하다. 힘들게 집에 온 뒤에도 엄마, 형, 형수 등 종두의 가족은 그를 반기지 않는다. 골칫덩어리로 여길 뿐이다. 출소한 뒤 마땅한 일 없이 어슬렁대던 종두는 뺑소니칠 때 죽었던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다. 거기서 피해자의 딸이자 뇌성마비 장애인인 한공주(문소리)를 만난다. 가족들에게 냉대받기는 공주도 마찬가지다. 공주의 오빠 내외는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배당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막상 공주는 전에 살던 낡은 아파트에 혼자 버려놓고 갔다. 옆집 아줌마에게 공주의 밥값으로 월 20만원을 주면서, 새 아파트에 장애인 입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원이 나올 때만 공주를 그곳에 데려다 놓는다.

<오아시스>의 줄거리는 두개의 대립구도로 이뤄져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사회 부적응자이기는 마찬가지인 종두, 공주와 이 둘을 둘러싼 사회 사이의 대립이 그 하나다. 목자불량한 종두와 몸이 뒤틀린 채 휠체어 신세를 지는 공주를, 둘의 가족까지 포함한 보통의 사회인들 모두가 멸시한다. 다른 하나는 공주의 판타지와 그걸 방해하는 나무 그림자이다. 공주의 집에는 야자수와 우물, 아기 코끼리의 그림이 새겨진 싸구려 벽걸이 카펫이 걸려 있다. 공주는 매일같이 그걸 보면서 판타지를 꿈꾸는데, 아파트 정원의 나무 그림자가 자꾸만 카펫을 가린다.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종두는 동병상련처럼 공주와 가까워지고 공주의 판타지를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둘을 향한 사회의 냉대는 더욱 심해진다.

둘에게 출구는 막혀 있지만, 그렇다고 판타지가 현실에 개입하지도 않는다. 이창동 감독 말로 “아름답지도 않고 바보 같은 사랑이야기”가 관객에게 어떤 감흥을 줄지 줄거리만으로 유추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판타지 장면만 빼고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는 <오아시스>는 현재 60%가량 촬영을 마친 상태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촬영현장 첫 공개

▶ <오아시스>는 어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