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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이 쓴 노랫말들
2002-04-12

멀고 춥고 무섭다

뽕짝부터 아방가르드까지를 가로지르는 어어부밴드는 듣기 좋은 멜로디뿐 아니라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도무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불안한 음률 속에 담긴 노랫말은 사회의 시스템 이면을 들추고 바깥으로 밀려난 인물들을 등장시켜, 사람들이 적당히 덮어두고 외면하려 하는 세상의 균열난 틈을 슬그머니 까발리고 희망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한다. 백현진이 모든 노랫말을 쓰는 어어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야기가 흐르거나 그림이 그려진다. “원고지만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시각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글을 쓸 때 의도하지 않아도 녹아나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자평. 그 노랫말에서 모두 뒤집어 엎자며 혁명을 외치는 뜨거운 전복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지만, 견고해보이는 삶을 툭 건드려 기우뚱대게 만든다.

“여기 이 마을엔 주민 모두가 서로를 등쳐먹기 제법 바쁘네. 난쟁이를 감금시켜 외투단추를 달게 하고 자전걸 훔쳐 팔아먹는 삶”(멀고 춥고 무섭다) “퀭한 눈에 지저분한 두 소녀 탬버린을 미친 듯 치다가 양복 입은 기름덩어리에 밀려 모서리에 이마를 박네”(중국인 자매) “나는 광장복판에 우두커니 앉아서 일종의 진실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때 이미 난 죽었다. 광장 위에 죽은 개. 개파리 들끓는다. 그때 이미 개는 죽었다”(오후에 비싼 실수) “나무가 불에 타 눈물 흘린다. 수술중 산소통에 이상이 있다. 병원장도 통제되는 비상사태다. 껌 씹고 있기만은 퍽 곤란하다.”(자동문) “반복되건 껌을 씹건 안씹건 간에 내가 아홉을 세면 이제까지의 모든 것들은 개소리가 된다”(아홉을 세다)▶ <뽀삐> <꽃섬> 출연한 어어부프로젝트 보컬 백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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