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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속편에 대한 소문
2002-04-17

3년 뒤 신화가 다시 부활할까?

개인적으로 철학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지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SF영화들에 대해서는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어린 시절 나를 영화의 세계로 이끌었던 영화들 대부분이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창조자와 피조물간의 갈등을 그려낸 <블레이드 러너>, 단선적인 시간의 개념을 부정한 <터미네이터>와 , 현대사회에서의 인간 존엄성에 대해 비꼬는 <여인의 음모>, 인간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같은 영화들이 나로 하여금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공각기동대>의 개봉은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영화가 흉내내지 못하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 어떤 SF영화보다도 더 심오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나의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인 측면에서 <공각기동대>의 매력은 무엇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 가능성을 소재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정신과 지능이라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인터넷이라는 보편화된 사회현상에 빗대어 쉽고도 강렬하게 던지고 있었던 것. 일각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동안 <스타워즈>나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할리우드로부터 진 빚을 <공각기동대>로 다 갚았다”라고 평가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각기동대>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데는 물론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역할도 컸지만, 원작자인 시로 마사무네의 역할도 컸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심오한 내용을 만화로 만들어내,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것은 시로 마사무네였기 때문이다.

그 시로 마사무네가 지난해 6월 말, <공각기동대>의 속편 만화를 일본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전 세계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부제목이 <ManMachine Interface>인 이 속편은 약 300페이지 분량에 일부가 컬러로 그려진 본편은 물론, 일러스트레이션 모음과 1편의 축약본, 포스터, 등장인물 모형 등의 다양한 부대 아이템이 패키지 형태로 출시되어 약 1만3천엔 정도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무엇보다 인형사와 한몸이 된 쿠사나기 소령의 이후가 궁금했던 팬들로서는 시로 마사무네가 들려주는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것. 그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시로는 속편에서 쿠사나기 소령의 새로운 행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인터넷 속의 가상공간을 자주 등장시켜 그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면은 전편의 철학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시도를 잘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속편이 아직 영문으로 번역, 출간되지 않았다는 사실. 출판사인 스튜디오 프로테우스가, 지난해 12월 시로가 직접 영문본의 각 페이지를 고치고 있긴 하지만 그 작업이 예상외로 오래 걸려 정확한 발매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발표를 한 이후로 아직 별다른 새 소식이 없는 상태다. 조급해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올 여름쯤 영문판이 출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스튜디오 프로테우스가 시로의 작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하여 최고의 포토숍 전문가를 지원해 번역에 따른 수정작업의 속도를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올 가을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보인다.

그러나 솔직히 영문으로 번역된 원작만화보다 우리나라의 팬들이 더욱 고대하는 것은 바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공각기동대> 속편일 것이다. 이미 오시이 마모루가 <공각기동대> 전편을 만들고 난 이후 속편의 애니메이션화에 대해 시로 마사무네와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속편의 애니메이션화는 시간이 문제지 그 실현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망가엔터테인먼트도 비공식적인 인터뷰를 통해 <공각기동대>의 속편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확실하나 제작기간으로 인해 앞으로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는 기다려야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오히려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이 이번에 출간된 속편만화를 그대로 애니메이션화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시나리오 작업을 할 것인지를 더욱 궁금해 하고 있다.

여하튼 속편만화가 출간되고도 10여개월이 지났고 일본에서는 Production IG라는 회사를 통해 전편이 TV용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되고 있는 시점에, <공각기동대> 개봉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공각기동대>가 아무리 잘 만들어진 철학적 SF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라퓨타>나 <이웃집 토토로>를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된 ‘볼 사람은 다 본 일본 애니메이션은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라는 공식을 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는 필름을 통해 극장에서 자신이 아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만, <공각기동대>마저 흥행에 실패해 극장용 일본 애니메이션의 수입·배급이 더더욱 위축되는 상황은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이철민/인터넷 칼럼리스트chulmin@hipop.com

사진설명

1. 망가닷컴 <공각기동대> 페이지.

2. <공각기동대> 속편인 <ManMachine Interface>의 한 페이지.

3. <ManMachine Interface>의 표지.

4. 일본시장에서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anMachine Interface>의 관련 문화 상품들.

<공각기동대> 비공식 홈페이지 http://www.neomythos.com/intheshell/

망가닷컴 <공각기동대> 페이지 http://www.manga.com/ghost/

<공각기동대> 한글 공식 홈페이지 http://gonggak.co.kr/index.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