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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인맥 활용한 <서세원쇼> <夜! 한밤에>
2002-04-17

우리, `친구` 아이가!

송혜교와 god 손호영과의 열애설이 터졌을 때 ‘감식반’으로 나온 사람은 핑클의 옥주현이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이 그들만이 아는 인맥을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열애설 등의 사실 확인을 위해서 찾는 곳은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매니저. 사실 확인을 하는 자가 ‘확인을 할 만한 처지에 있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열애설의 사실 확인자로 연예인 친구가 등장한 사건, 이것은 인맥을 이용하여 코너를 구성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구축해온 성과다. <夜! 한밤에>의 ‘보고 싶다 친구야’와 <서세원쇼>의 코너들은 스타 한 사람을 구성하기 위해서 주변인물들의 증언이 필수적이다.

<夜! 한밤에>의 ‘보고 싶다 친구야’는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친한 친구를 불러내는 프로그램이다. 늦은 밤중인데도 친구의 부름에 달려 나오는 우정이 그려진다.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어리둥절해 하고, 놀라 도망을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초반의 일. 밤 1시를 넘겼음을 고지하던 자막은 이제 9시30분으로 바뀌었다. 늦은 밤에서 술 한잔하기 좋은 저녁으로 바뀐 것. 친구를 만나러 들어서는 사람들도 유유자적해졌다. 장소도 일정한 곳이며, 무턱대고 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멘트도 비슷해 많은 이들이 감을 잡을 법하다. 거기다 몇몇 사람들은 사전에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한다고 한다. “평소에 절친한 개그우먼 …H 언니가 ‘KBS2TV <夜! 한밤에>에 출연하게 됐다’며 ‘보고 싶다 친구야 코너에 게스트로 출연해달라’고 전화해왔다. ‘연락을 주면 시간에 맞춰 가겠다’고 대답한 뒤 미용실에 가서 나름대로 예쁘게 보이려고 머리를 꾸미고 정성껏 메이크업을 마쳤다.”(<스포츠조선> 2002년 3월26일. 실명을 영어 이니셜로 바꾸었음.) “가수 K와 인터뷰 도중 휴대폰이 울린다. 오늘밤 KBS2TV <夜! 한밤에>의 ‘보고 싶다 친구야’ 코너에 꼭 참석해달라는 후배 K의 부탁 전화다.”(<국민일보> 2002년 4월8일자. 이 기사에는 ‘게릴라 콘서트’의 사전 고지에 대한 비판도 함께 실려 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의 친구는 연예인들로 국한되어 간다. 제작진은 “누구를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적은 없다. 그것에 무슨 인위를 가한다면 더 잘못이다. 연예인들끼리는 활동시간대가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제작진의 손을 벗어난 연예인들의 섭외실력은 ‘방송감각’을 살려서 이루어진다. 친구 누구를 부르면 프로가 더 재미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자기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그래서 연예인의 보고 싶은 친구는 연예인이다.

‘실루엣 토크’는 ‘토크박스’에 이은 <서세원쇼>의 히트작이다. 주위 아는 사람들이 출연하여 늑대와 공주의 실루엣 뒤에서 변조된 목소리로 초대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비판(내지는 비난) 일색으로 진행된다. 그 이후 초대 손님이 전화를 걸고 그 사람이 출연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코너가 이어진다. 짧은 통화 시간이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 누군지를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으로 국한된다. 그래서 불려나오는 연예인을 잘 아는 친구는 연예인이다. 얼마 전 종방된 <아름다운 밤>의 경우에 밤에 프로 진행자가 전화를 걸어서 사전 섭외없이 연예인을 찾아가는 코너가 있었다. 그들은 여러 다리를 거치면서 인맥의 한가운데를 뚫고 질주한다.

연예인들의 인맥을 이용하여 오락프로를 구성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초대 손님’의 여러 가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앨범을 낸 가수, 인기 프로의 연기자들에 대한 정보는 특정 시기에 여러 차례 반복되어 신문, 방송을 장식된다. 웃기는 이야기마저도 비슷하게 가공된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새로운 이야기에 목매달고 언론용 얼굴이 아닌 당황한 얼굴, 난처한 얼굴을 보려고 가학적인 욕구를 가진다. 연예인들은 서로 증언을 해줌으로써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고 서로를 보시(普施)해준다. 그리고 인맥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섭외를 출연 연예인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섭외가 어려운 연예인들도 살그머니 가시권으로 들어온다. ‘친구’이기 때문에. 아니라면 영화출연, 드라마로 바쁜 톱탤런트들을 한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동시에 만날 수 있겠는가. 그것은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의외의 수확이다. 그리고 제작진의 손에서 프로그램이 떠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물로 펴 거둬들이며 쫙 딸려나오는 연예인들, 누구누구와 술을 마시며 너나들어 사는 세계의 폐쇄성은 바로 그들을 상대로 하는 연예 프로그램의 한계다. 구둘래 kuskus@dream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