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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임권택 감독론 공동 출간한 김경현
사진 오계옥최수임 2002-05-02

“잡초 같은 영화인생이 매력적”

교수라기엔 너무나 털털한 모습의 김경현씨(33). 그는 한사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책이 주인공이 되었음 좋겠다며 피플란 인터뷰를 사양하는 눈치였다. 그의 책이란 바로 지난 1월 미국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등장한 한국영화 학술서적 <Im Kwon-Taek: the Making of Korean National Cinema>. 김경현씨는 영문으로 된 이 연구서적의 공동편자 중 한명으로, 한때 <씨네21> LA통신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UCI) 동아시아 어문학과에서 문화이론을 담당하며 대중문화론, 영화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는 젊디 젊은 교수다.

그가 임권택 연구서를 구상한 건 석박사 과정 재학중이던 1997년, 남가주대학(USC)에서 임권택 회고전이 열렸을 때였다. <깃발없는 기수>부터 당시 최근작이던 <축제>까지 임권택 감독의 영화 20편을 튼 이 회고전에 미지의 영화나라 한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명하듯 많은 학생 관객이 찾아들었고 이에 고무된 그는 ‘임권택 영화를 중심으로 한국영화 서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임권택 감독을 통해서 우리는 한국영화 40년을 되짚어볼 수 있어요. 그의 잡초 같은 영화인생에 매력도 느꼈죠. 60, 70년대만 해도 영화계의 야인이었던 양반이 어떤 식으로 한국영화의 중심이 됐나, 그걸 통해서 한국영화 역사의 어떤 모순을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Im Kwon-Taek>은 데이비드 E. 제임스의 <임권택:한국영화와 불교>, 김경현의 <전쟁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태백산맥’에 나타난 기만적 성과 다시 남성화하는 나라>를 비롯, 조한혜정의 <서편제:그 문화적 역사적 의미>, 조은순의 <‘아다다’와 ‘씨받이’에서 여성의 몸과 발언> 등 두 엮은이를 포함한 국내외 연구가 8명의 한국영화에 대한 논문과 김경현씨의 임권택 감독 인터뷰, 한국사 연표와 임권택 필모그래피, 한국영화에 대한 문헌목록을 싣고 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김경현 교수는 미국 내 영화학학회, 아시아학회 등에 필진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 글을 받았고, ‘부지기수로’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 하지만 출판사와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았다. ‘시놉시스’에 해당하는 기획안을 여기저기 보냈지만 퇴짜를 맞기 일쑤었고, 그 끝에 웨인스테이트유니버서티프레스의 ‘컨템포러리 필름 앤 텔레비전 시리즈’에 채택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들어보면, 제 한국말이 좀 서툴다는 걸 알거에요.” 김경현씨는 건설회사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을 떠났다. 동남아, 중미 등지의 외국인학교를 다녔고, USC에서 영화를 전공, 지난 97년 어바인대학의 교수로 임용됐다.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냈지만 ‘영화광’이라는 그는 한국영화를 한국에 있던 사람 못지않게 많이 보았다. 한국에 올 때마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는 것은 물론 비디오로 그간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챙겨보는 부지런을 떨었던 덕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그런 그에게 자못 특별하다. <길소뜸> <아제아제 바라아제> <씨받이> 등을 비디오로 보고 영화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니 말이다. 그의 박사논문은 한국영화를 사회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뉴코리안시네마:흔들리는 경계, 역사, 계급 그리고 성>. 임권택 연구서에 이어 그는 최근 20년간 한국영화 25편을 텍스트분석한 <뉴코리안시네마:남성성과 현대성>을 준비중이다. 문화텍스트로서의 영화를 사회적, 심리분석학적 관점에서 읽는 것이 그의 주요관심사. 그는 부인인 김진아 감독(1999년 서울여성영화제에 <빈 집> 발표)과 함께 차린 ‘픽쳐북무비스’라는 독립영화사의 이사를 맡아 김진아 감독의 장편 <그집앞> 제작도 돕고 있다. <Im Kwon-taek>은 곧 한글 번역판으로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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