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스파이더맨> 감독 샘 레이미 인터뷰
2002-05-04

“스파이더 맨의 인간적인 고민이 매력적”

<이블 데드> <크라임 웨이브> <다크맨> <심플 플랜> 등을 통해 특유의 전복적 세계를 구축해온 ‘비주류 작가’ 샘 레이미가 제작비 1억달러대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큰 부조화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레이미는 자신이야말로 이 영화의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크맨>을 통해 초인적 캐릭터를 다뤄봤고, <퀵 앤 데드>에선 특급 배우들을 상대해봤다는 경력에서 나오는 자신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열성적인 만화광이었던 레이미의 머릿속에 자신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 스파이더맨을 스크린으로 되살려올 구상이 이미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블 코믹스 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려온 이 캐릭터에 피와 살을 불어넣은 샘 레이미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본다.

왜 스파이더맨인가.

나는 만화책, 특히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이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션과 스토리가 나의 마음을 끌었다. 내 생각에 스파이더맨에게 훌륭한 점은 그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보통 소년이라는 사실이다. 또 그가 악당들을 조롱하는 방식도 멋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만화광이었나.

나는 언제나, 매우 열렬한 만화광이었다. 그렇다고 광신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했던 스파이더맨을 영화로 만들다 보니 더욱 열성적인 팬이 됐냐고? 그렇진 않다. 영화를 찍기 시작하면서 만화책 읽을 시간을 갖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만화책에서 달리 ‘웹 슈터’(거미줄을 발사하는 장치)가 영화에서는 신체의 일부로 묘사되고 있다. 논란도 꽤 많다.

나도 만화책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는 스스로 웹 슈터를 만들고, 끈끈한 거미줄을 개발해 그 안에 집어넣어 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에서 하려 한 것은 만화책의 구절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그 만화의 정신을 보존하려 했다. 피터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소년이다. 영화에서도 만화와 마찬가지로 피터를 과학천재로 묘사했지만, 이러한 장비까지 개발한다고 하면 그가 보통 아이들과 동떨어진 존재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거미에 물리는 순간, 모든 힘을 갖는 것으로 설정했다.

스파이더맨의 캐릭터를 만들면서 어떤 점에 신경썼나.

이 영화는 가족 모두를 위해 만들어졌다. 애초 스탠 리가 만화에서 창조해낸 것처럼 스파이더맨은 일반적인 인간이었다. 그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을 하며 가족문제도 고민한다. 이런 그의 캐릭터는 지적인 관객이나 성인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는 가슴으로는 즐거움, 자극, 모험을 느낄 수 있는 존재다. 청소년들도 좋아할 수 있게 말이다.

시각 효과가 탁월하다. 어떤 개념으로 임했나.

이 만화책을 읽은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이 포물선을 그리며 90마일의 시속으로 붕붕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움직임을 머릿속에 그려왔을 것이다. 나는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밀어넣기보다는,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잡아당기는 쪽으로 움직임을 묘사하려 했다. 모두가 이 훌륭한 배우들 덕분이다.

왜 스파이더맨으로 토비 맥과이어를 선택했나.

영화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17살에서 24살의 남자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봤다. 그러다 토비 맥과이어를 발견했다. 그는 진짜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그것이 스파이더맨의 본질이다. 그는 완벽했다. <사이더 하우스>를 통해 그를 봤는데, 그는 정말 실감났고 환상적이었다.

스토리는 많이 바뀌었나.

물론이다. 데이비드 코엡이 쓴 시나리오 초고에는 일렉트로와 샌드맨이라는 두명의 악당이 있었다. 내 생각에 그건 예전 제임스 카메론(당초 <스파이더맨>은 카메론 감독에 의해 만들어질 예정이었다)이 만들었던 트리트먼트의 찌꺼기 같았다. 그러나 이들 캐릭터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그웬 스테이시(만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피터와 사랑을 나누다 그린 고블린에게 희생당하는 여성)의 죽음이다. 또 옥타비어스 박사도 집어넣으려 했다. 하지만 한 영화가 여러 개의 스토리 라인을 동시에 갖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결국 악당 한명만을 정해 이야기를 깊이있게 끌고가려고 했다.

<스파이더맨>의 속편도 만드나.

4월 초 이 영화 속편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아직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배우를 기용할지도 모르겠다.

9·11 사태 이후 바뀐 장면이 있나.

우리 세컨드 유닛 감독은 티저광고를 위해, 스파이더맨이 뉴욕 쌍둥이 빌딩 사이에 쳐놓은 거미줄로 헬리콥터로 도망치는 악당들을 붙잡는 장면을 찍었다. 나는 이 장면을 영화에 쓰고 싶었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그 장면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이 장면을 제외하곤 쌍둥이 빌딩이 등장하는 나머지 장면은 모두 남겨뒀다.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블 데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오래 전, 나의 파트너인 브루스 캠벨, 로버트 태퍼트와 함께 나는 드라이브 인 극장을 지나치려 하고 있었다. 거기에선 싸구려 B급 호러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그 영화는 우리가 본래부터 만들기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돈을 모아 저예산 호러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이블 데드>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블 데드> 시리즈를 다시 만들 것을 고려하고 있나.

나는 정말이지 언젠가는 <이블 데드>를 또 만들고 싶다. 만약 제작한다면 아마도 초저예산 작품이 될 것이다.

* 이 인터뷰는 <스파이더 맨>의 호주, 뉴욕 정킷 인터뷰와 ‘무비홀’, ‘위저드’ 등의 인터뷰를 종합한 것입니다. 정리 문석 ssoony@hani.co.kr▶ <스파이더 맨>, 혹은 음울한 만화영웅들의 신세기 영화세상 점령기 (1)

▶ <스파이더 맨>, 혹은 음울한 만화영웅들의 신세기 영화세상 점령기 (2)

▶ 1986년까지, 미국 슈퍼 히어로 만화 소사

▶ <스파이더맨> 감독 샘 레이미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