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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서비스와 로커스홀딩스 합병하는 플레너스 대표이사 박병무
2002-05-08

“아시아에서 톱이 되겠다”

오는 5월 말이면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라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새로 출범한다. 국내 최대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 최대 규모 연예 제작사 싸이더스, 게임 업체 손노리, 넷마블 등을 자회사 형태로 거느리던 지주회사 로커스홀딩스가 아예 시네마서비스를 합병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2000년 정보통신장비를 만드는 코아텍을 인수하면서 본격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변신을 꾀했던 로커스홀딩스의 확대개편은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자본과 기존 엔터테인먼트계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이 업체의 이상이 관철된다면, 영화계를 포함한 한국 연예계도 비로소 산업화라는 문턱을 넘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실력자들을 묶어 큰 그림을 그리고, 간간이 ‘은밀한 힘’만을 행사해왔던 박병무(41) 로커스홀딩스 대표의 위상과 역할 또한 커질 것이다. 곧 플레너스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될 박 대표는 본격 출범을 앞두고 화이트 보드에 숫자를 가득히 적어놓은 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산업화로 나아갈 수 있는 공식을 도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해 로커스홀딩스가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했을 때는 지주회사라는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합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지주회사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여건으로서는 어렵다. 재무자료 같은 것을 공시할 때도 미국에선 자회사의 매출이나 순익까지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를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연결재무제표라는 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내내 로커스홀딩스 하면 코아텍 매출액만 계산됐다. 지난해의 전체 연결 매출액이 1500억원가량 되는데, 코아텍 매출은 160억∼170억원뿐이니까 뭔가 왜곡돼 보인다. 자회사의 순익과 손실을 합쳐서 과세 및 납세가 이뤄지는 연결납세도 안 되고, 대출 때도 연결재무자료를 토대로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주주나 투자자들이 지주회사로부터 탈피하자는 의견을 냈고 스스로도 문제라고 생각됐다. 결국 수익이 안정화된 곳부터 자회사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기존 운영방침의 변화가 있나.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생각은 재무, 기획 등만 통합하고 영업에서는 지주회사 때와 유사한 형태, 즉 각각의 사업부서들이 독립적으로 영업활동하고 운영하도록 할 생각이다. 또 운영을 각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키 플레이어’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동시에 시스템화할 수 있도록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시네마서비스 같은 경우에도 기존 이름과 조직을 유지한다.

키 플레이어들에게 경영을 맡긴다면, 예를 들어 영화사업에 관여하는 일 같은 건 전혀 없을 거란 얘긴가.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일하자’는 얘기다. 내가 영화를 제작한다거나 관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영화를 감독하는 사람이 투자자와 자본을 유치하고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설명활동(IR)하는 것 또한 어렵다. 우리의 기능이라면 재능있는 분들이 딴 걱정없이 맡은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서비스를 잘해주는 역할이다. 또 각 사업 부문간에 협력할 일이 있을 때 조정하는 일도 한다.

플레너스의 구체적인 상을 밝혀달라.

본사와 자회사를 포함,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3개 사업군이 있다. 영상사업군, 음악-매니지먼트사업군, 게임사업군이 그것이다. 각 사업군 내에서는 수직계열화를 해야 한다. 영상사업군의 경우 제작 기획에서부터 스튜디오(아트서비스), 배급, 홈비디오까지 하고 있고 극장까지 넓힐 생각이다. 수평적인 포트폴리오 구성과 그 내의 수직계열화가 핵심이다.

극장 사업에 진출하는 것인가.

심각하게 검토중이다. 현재 말할 수 있는 것은 극장계에 진출한다는 사실 정도뿐이다.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방법은 외자유치일 수도 있고, 우리 자체로 자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또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어떤 형태인지 등도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의 비밀이다.

극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뭔가.

영상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의미, 매출과 이익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 배급에 도움이 된다는 점 등 다양하다.

멀티플렉스가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선진국과 대비해 보거나 국내 영화시장의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몇년 동안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니치마켓이 있다고 본다. 크게 금융부담을 지지 않는 선에서 뛰어든다는 원칙이다.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지분구조는 어떻게 변화하나.

큰 변화는 없다. 로커스와 김형순 대표가 32%, 워버그핀커스가 17%, 강우석 감독이 13% 정도의 지분을 갖게 된다. 요즘 외국인들의 매수가 많아 외국인 지분율이 32%까지 올라갔다. 내 지분율은 채 1%도 안 된다.

합병되면 규모는 어떻게 되나.

우리 주식이 현재 1250만주 정도 되는데, 150만주를 신규 발행할 생각이다. 그러면 자본금이 65억원 정도 된다. 그리고 시네마서비스가 합병되면서, 자회사를 제외한 플레너스만의 매출은 700억∼8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다.

조직 통합은 시네마서비스 합병으로 끝인가.

수익구조가 안정화되는 자회사들을 순차적으로 통합해갈 것이다.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매출이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 된다. 넷마블, 청어람, 싸이더스, 예전미디어 등이 머지않은 시일 내에 통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 결정에는 주가 역시 영향을 미쳤을 텐데.

실적이 좋아야 주가가 좋고, 그래야 투자자나 주주에게 이익을 많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매수하고 있다는 것에서 보듯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본다.

이름은 무슨 뜻인가.

‘플레너스’(Plenus)는 라틴어로 ‘많은’, ‘충만한’, ‘만족스러운’ 등의 뜻을 갖고 있다. 굳이 말을 하자면,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만족스럽게 제공한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업체들을 무수히 보면서 느낀 건데, 우리 애니메이션 시장을 보면 현재로선 내수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등 성공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것 같다. 활로는 국제화라고 본다. 지역색을 없앨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은 우리나라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분야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으로 나아가려면 그쪽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영화-음반-게임 사이의 시너지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지난해 성적으로 말하면 아주 크진 않다. 게임의 경우, 손노리를 인수한 게 지난해 10월이고, 넷마블은 11월이었다. 음반도 시너지를 내려면 사업군 자체가 커져야 하는데 유통사인 예전미디어를 인수한 게 오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화산고> 예고편에 가수 유미가 등장했다든가, 1200만명의 회원을 가진 넷마블을 통해 영화, 음반 온라인 마케팅을 했다. 각 사업군의 규모가 커진다면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도 커질 것이다.

싸이더스를 2개로 분할하기로 한 배경은 무엇인가.

영화와 스포츠, 쇼 MC 매니지먼트는 싸이더스 코퍼레이션으로, 음반과 매니지먼트는 싸이더스 HQ로 분할한다. 기존 싸이더스에는 참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이젠 각자 자기 회사처럼 책임경영을 하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할하면 실적도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싸이더스 코퍼레이션의 경우, 지분율을 40%대로 낮추는데 그 이유는 뭔가.

초기에는 싸이더스 작품이 시네마서비스 배급망을 타면 서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싸이더스도 자유롭게 투자받는 데 지장이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차 사장이 좀더 책임경영을 하려면 지분율을 더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합의를 봤다. 그렇다고 계열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을 이끌려면 자본은 부족하지 않나.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하기 전에도 외국의 투자 제의가 있었다. 인수 뒤에도 제안이 왔다. 그런데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 수순은 미디어 사업일 텐데.

사실 아직 다음 단계는 초기 그림을 그리는 상황이다. 기존 미디어를 인수할지, 신규로 진출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방송 사업 자체가 장치산업에서 네트워크 사업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영국 <BBC>의 경우에도 2000년부터 방송을 시설 사업에서 네트워크 사업으로 규정했다. 상당 부분을 분사해 네트워크로 해결한다는 얘기다.

타임워너가 궁극의 모델인가.

우리는 꿈이 작다. (웃음) 문화산업이란 게 독특하다. 글로벌하게 할리우드 문화가 평정하고 있지만, 지역적인 문화가 또 있다. 한류처럼 아시아권의 정서에 맞는 게 따로 있다. 일단 장기적 목표는 아시아에서 톱이 되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메이저는 가능하다.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곳 아닌가.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여기는 경제논리나 논리적인 면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인간관계 때문에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이전에 있던 곳과 비교하면 색다르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보편화된 현상인 것 같기도 하다. 미국 기업과도 협상을 여러 번 해봤는데 거기도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더라. 창의력을 살리기 위한 것 같았다.

그러면 이젠 스스로 영화인이라고 생각하나.

나 역시 내가 잘하는 분야를 해야 한다. 나는 경영쪽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에게 직접 시나리오가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예 읽지 않고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내가 읽고 의견을 얘기하면 혹시라도 부담으로 받아들일까봐 우려해서다. 어쨌건 강 감독 같은 분을 만나고 하면서 영화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점점 이쪽에 심정적으로 기운다. 만약 순수 비즈니스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싸운다면, 엔터테인먼트쪽의 편을 들 것 같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