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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권력의 지존 칸영화제 한계 인정하고 욕심 버리길
2002-05-10

55돌을 맞은 칸국제영화제가 오는 15∼26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1946년 출범한 이 영화제가 규모와 권위 면에서 세계최고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가령 (영화제는 아니지만) 그 유명한 아카데미상의 영향력이란 것도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국한된다. 칸 영화제는 훨씬 야심만만하다. 냉전이 한창이던 50년대부터 이미 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필름에도 문을 열어놓았던 칸은 이제 세계 모든 예술필름의 첫 봉인을 따는 영화권력의 ‘칸(지존)’ 노릇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칸의 ‘야심’은 매년 검토 대상 필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칸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영화제 관계자들은 올해 공식부문에서 상영될 영화 55편(경쟁 22편과 비경쟁 33편)의 선정을 위해 모두 2281편의 영화를 보았다. 이 가운데 939편이 장편영화이고 1342편이 단편영화였다. 이는 지난해의 1798편(장편 854편, 단편 944편)에 비해 27% 늘어난 수치다.2000년엔 1397편, 1999년엔 1138편, 1998년엔 1074편, 1997년엔 861편이었다. 칸의 프로그래머들이 검토해야 할 영화의 편수가 지난 6년 동안 매년 20~28%씩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며 폭증해왔음을 알 수 있다. 세계영화권력의 지존이란 자리도 저잣거리 말로 ‘고스톱 쳐서 딴 게 아님’을 실감하게 해주는 수치다. 이런 훌륭한 영화제를 가꾸고 만들어온 문화강국 프랑스 시민의 저력에 경의를 표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가파른 수치의 상승에서, 황소의 처진 배에 맞서 한껏 배를 부풀리는 엄마 개구리의 피곤함 같은 것이 어른거린다면 너무 짓궂은 연상일까? 개구리 우화를 떠올린 까닭은, 영상문화를 발명한 건 그이들이지만 이젠 그게 이미 지구마을 식구들 모두가 공유하는 문화적 일용 양식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산업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몸피를 늘려왔지만, 칸의 시각에선 ‘오지’에 속해왔다. 칸의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청된 건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었고, 올해 다시 칸에 가는 임 감독의 <취화선>이 그 두 번째다. 그의 작품이 두 번이나 칸의 관심을 끈 건, 그가 <서편제>에서 <축제> <개벽> <춘향뎐>을 거쳐 <취화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한국적인 어떤 것’을 표현하려 한 때문일 것이다.서방영화의 장르나 기법, 포즈 따위를 흉내내는 대신 자기가 사는 땅의 풍토와 느낌을 담아낼 때, 그 영화는 엄마 개구리의 편에 서는 대신 황소의 빵빵하게 늘어진 배 쪽에 속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게 이미 충분히 세계화된 영상문화를 정당하게 대우하고 온당하게 소비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이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