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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번엔 영화 끝까지 나와요” <일단 뛰어!>의 김영준
이영진 2002-05-15

나, 심심한 놈

남들이 그렇게 부르죠. 우석과 성환이 사이에서 항상 수수방관, 어리둥절하는 캐릭터니까. 근데 제가 보기에 진원이는 외계에서 떨어진 놈이에요. 왕따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주위 친구들을 왕따시켜요. 동네에 한명씩 그런 놈들 있잖아요. 자신만의 세계로 똘똘 뭉친, 범접할 수 없는 녀석들. 영화를 자세히 보셨나요? 항상 캠코더를 들고 다니고, 인터넷 방송국을 차리는 것뿐만이 아니에요. 녀석 방 안 한쪽에 만화책과 프라모델이 가득하잖아요. 아, 그리고, 이번엔 영화 끝까지 나와요. 데뷔작 <순애보>에선 꺽다리 호텔 벨보이로 0.5초 나왔어요. 이 정도면 출세했죠. 부담이요? 왜 없겠어요. 전에는 이만큼 생각해서 가면 ‘너무 길다’, ‘시간 다 잡아먹는구먼’ 뭐 그렇게 욕 먹었는데, 이번에는 준비를 해가도 난감할 때가 많았으니까.

젊다는 것

어딜 가나 항상 막내였어요. 모델 활동도 고2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인지 일부러 제 또래보다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일부러 나이 먹은 형들이랑 다니기도 했고. 워킹 배우러 갈 때도 꼭 사복으로 갈아입고 다녔지요. 물론 다른 이유도 있어요. 군대 갔다 온 형들은 아무래도 맘이 급하잖아요. 그만큼 열심히 뛸 수밖에 없는 형들하고 다녀야 저도 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교과서 대신 패션잡지를 책가방에 넣어다니면서 톱모델을 꿈꾸던 시절, 죽어라 프로필 돌리며 뛰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연락이 와서 광고를 하게 됐고, 1주일에 세개나 찍었을 정도로 바빠졌죠. 시트콤에 출연한 것도 그 무렵이에요. 이제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많고. 저도 이제 관리에 들어가야 돼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배도 나오고 그러네요. 전에는 복근이 보기 좋았는데…. 담배는 이번 영화하면서 끊었어요. 시속 30km 속도로 달리는 청소차를 따라잡는 장면이 있는데 몇번 테이크가 반복되니까 숨이 차서 못하겠더라구요. 다음날 독한 놈, 소리 들어가면서.

영화는 나에게

시트콤은 더이상 해선 안 되겠다 싶어 그만뒀어요. 나를 알린 계기였지만, ‘타조알’이라 불리는 게 싫었거든요. 아마 연기라는 걸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였을 거예요.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등 제의가 왔을 때 받아들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사실 2년 전에 찍은 거 보면 죽고 싶을 정도예요. 영락없이 꿔다놓은 보릿자루라니까요. 그땐 그저 욕 안 먹으려고 바둥댔어요. 외식하다 친지들이 다른 배우들 손가락질 하는 거보면 뜨끔하기도 하고, 이제 대강 감은 오니까 열심히 기초를 다져야 해요.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해서 그런지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대사도 여전히 웅얼거리고, 영어도 좀 해야겠고, 체력도 길러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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