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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늠할 수 없는 매력, <후아유>의 이나영

이나영은 꽃보다 나무 같다. 아름답고 가녀린 한 떨기 꽃이라기보다는 씩씩하고 건강한 나무. 남몰래 꺾어 방 한켠에 꽂아두고 얼마간 눈을 즐겁게 만들기보다는, 열린 창문 넘어 점점 푸른빛을 발하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가끔은 그 그늘 아래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에겐 꽃처럼 알싸한 미향도, 화려한 색감도, 베일에 가린 신비감도 없다. 너무 투명해서, 심심하다고 말할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한번 이나영에게 빠져들어간 사람이라면 그 매력의 결도, 깊이도 가늠할 수가 없다.

2월22일에 태어난 물고기자리 소녀는 지난해 5월부터 <후아유>라는 수조 속으로 텀벙 빠져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맨몸으로 뛰어든 수조 속에서 홀로 발버둥쳤다. 하지만 1년간의 힘들고 고된 작업은 이나영에게 어떤 수업에서도 얻을 수 없는 나름의 수영법을 체득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뭐든지 열심히’하는 그의 삶의 태도에서 나온 결과일는지도 모른다. 노래방 장면을 찍기 위해서 스탭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몇 종류의 ‘막춤’을 배울 때도, 63빌딩 수족관에서 한컷으로 쳐리되는 인어쇼를 찍기 위해서 보조장비 없이 몇 차례 물을 먹어가며 잠수연습을 할 때도, 그는 곁눈질하지 않고 정말 진지하게 그 장면만을 위해 집중했다. “모두들 작품 하나 끝내면 많이 배웠다고들 하시는데, 정말 그게 뭔지 알겠더라구요. 처음에는 신별로, 그것도 내가 나오는 장면만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영화 전체가 보여요. 그런데 너무 열심히 달려와서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니 온몸에 힘이 쑥 빠지는 듯한 느낌, 그런 거 아세요? 순위와 상관없이 말예요. 지금이 딱 그래요.”

“내 속엔 남성호르몬이 흐르나봐요.” 화면 속에서야 늘 화사한 옷으로 감겨 있는 이나영이지만 실제로 그가 걸치고 다니는 옷은 무채색투성이다. “생긴 게 너무 여성스러워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오히려 더 사내아이같이 행동하고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손톱은 물어뜯어서 끝이 뭉툭하고, 애교도 없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냥 이런 내가 좋아졌어요.” 물론 이나영이 그동안 대중에게 어필해왔던 방식 역시, 모든 20대 여배우들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외양과 여성적인 매력이었지만 그가 앞으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은 대중의 기대치를 벗어날지도 모르겠다. “브래드 피트가 로버트 드 니로보다 좋아요. 브래드 피트는 훨씬 더 상업적인 영화를 선택할 수도 있을 텐데 나 <스내치> 같은 영화에 출연하잖아요. 그걸 보면, 저 배우 자기 감성대로 가는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저 역시 그럴 수 있다면 좋겠구요.”

이상하고 기괴한 역도 조연도 주연도 상관없이 감성코드에 맞아떨어지는 영화를 찾아가겠다는 이나영. 스스로를 “털털한 아저씨 취향”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와 함께 어느 바람 시원한 여름밤, 어슬렁어슬렁 ‘추리닝’ 차림으로 걸어나와 동네 치킨집 야외탁자에서 프라이드치킨 뒷다리에 노란 맥주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켜고픈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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