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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하는 게임 제작자 3인방
2002-05-23

세대교체의 바람이 분다

3은 아주 넓은 문화권에서 상서로운 수로 여겨지고 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말고도 피타고라스학파의 관점에서 최초의 수이면서 가장 완전한 수로 여겨지고 있다. 직선상에 놓이지 않은 모든 3개의 점을 이어 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때문에도 신비주의적 전통에서 3은 완전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인지 어떤 분야이든 가장 뛰어난 세명을 꼽는 일이 흔하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니 신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꼽는 건 언제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게임계에서 3대 제작자에 꼽히는 건 <울티마> 시리즈의 리처드 개리엇, <문명> 시리즈의 시드 마이어, <파퓰러스> 시리즈의 피터 몰리뉴다. 리처드 개리엇의 롤 플레잉 게임 <울티마>는 <울티마 온라인>으로 이어지며 깊이있는 세계관을 완성했고, 시드 마이어는 경영 시뮬레이션, 문명 건설 시뮬레이션 등 새로운 영역으로 게임을 진화시킨 공로가 있다. <파퓰러스>의 피터 몰리뉴는 ‘갓(god) 게임’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하다.

논란의 여지없이 확고한 자리를 굳힌 3인방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지위가 예전만 못하다. 시드 마이어는 비슷한 스타일로 평생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심시티> 시리즈의 ‘윌 라이트’와 함께 <심 골프>라는 게임을 제작했고 <문명3>로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 같은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예전에 보여주었던 패기만만한 새로운 장르 개척의 시대는 이미 끝난 것 같다. 자신의 스타일은 원숙할 대로 원숙해졌지만 그 한계 또한 뚜렷한 것이다. 셋 중에 가장 몰락한 게 리처드 개리엇이다. 지금까의 세계관과는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게임 <리니지>에 이름을 판 뒤 <울티마 온라인>을 부정하는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가 쌓아놓은 걸 무너뜨리고 있다. 다행히 피터 몰리뉴는 아직 건재하다. 갓 게임을 더욱 심화시킨 <블랙 앤 화이트>로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 에고>가 역시 기획대로 이뤄진다면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지도 모른다.

피터 몰리뉴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게임 제작자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도 슬슬 차세대 3인방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빈 자리를 메울 인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게 크리스 테일러다. 신세대라고 하기는 좀 뭐하고 이미 중견 제작자로 불리는 크리스 테일러는 <토털 어나이얼레이션>으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에 3D라는 새로운 세계를 끌어들였다. <트리플 플레이> 같은 스포츠 게임을 주로 만들다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어 기대 이상의 수작을 만들어낸 것이 놀랍다. 이번에는 다시 새로운 장르인 롤 플레잉 게임에 도전했다. <던전 시즈>는 3D 액션 롤 플레잉 게임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매번 새로운 게임에 도전해 기존 개념을 바꿔놓고 있는 크리스 테일러는 차세대 주자들 중 단연 선두다.

다음으로 꼽을 만한 게 곤조 수아레즈다. <코만도스> 시리즈는 스페인 게임 산업을 우습게 보던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단순히 재미있고 뛰어난 게임일 뿐 아니라 자원 채취와 유니트 생산이란 틀에 박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경계를 넘어 한정된 유니트로 전략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게임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공해준 명작이다. 마지막으로 우주 전략 시뮬레이션 <홈월드>를 개발한 알렉스 가든이 있다. 놀랄 만큼 생생하게 표현된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독창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나무랄 데 없는 걸작이다. 아직 한 작품밖에 내놓지 않았으니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긴 하나, 75년생으로 아직 20대이니만큼 가장 기대되는 제작자이기도 하다. 박상우/ 게임평론가 MadorDea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