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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아메리칸영화계의 스파이크 리
2002-05-27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필름 페스티벌 열려, 저스틴 린 감독의 <내일엔 행운이> 화제5월17일부터 23일까지 열린 VC(비주얼 커뮤니케이션)필름 페스티벌의 최대 화제작은 대만 출신 저스틴 린 감독의 <내일엔 행운이>였다. LA 최대의 아시안 아메리칸영화제인 이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이 영화는 밀려드는 관객의 성화에 다섯번이나 상영을 늘렸지만 그때마다 매진을 기록, 아시안 아메리칸영화계의 새 희망봉으로 자리잡은 그에 대한 기대를 읽을 수 있게 했다.

올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 후보작으로 꼽히면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린 감독은 곧이어 <버라이어티>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10명의 감독’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성공의 불씨를 댕겼다. 이후 선댄스에 출품한 아시안영화로는 처음으로 메인스트림 배급사인 MTV필름에 픽업돼 아시안 아메리칸영화로서는 의외의 돌풍을 일으킨 이 영화는 3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 페스티벌에 이어 감독의 출신지(그는 UCLA 졸업생이다)인 이곳에서 동료 아시안 영화인들의 부러운 눈길이 담긴 따뜻한 환영을 받은 것이다.

9살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올해 서른이 된 저스틴 린 감독의 영화 <내일은…>은 무엇보다 그동안 할리우드영화에서나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영화에서 그려졌던 전형적인 아시안 아메리칸의 자화상을 뒤바꾸어 놓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는 감독이 청소년기를 보냈던 LA 교외 오렌지 카운티의 중상류층 마을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수재집단의 이야기다. 이들 중 네명의 아시안 아메리칸 학생은 아이비 리그의 입학 자격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공부 잘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가끔씩 사회봉사 활동도 하는 모범생들이다. 그러나 젊음의 열기로 충만한 이들은 뭔가 부족한 자신의 삶의 모습에 허전함을 느끼고 재미삼아 작은 범죄에 맛을 들이게 된다. 학교에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 팔거나 약간의 마약을 파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 걸음씩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들은 그러나 영화의 막바지에 자신의 부모를 습격해달라는 친구를 우연찮게 잔인하게 살해하게 되는 파국을 맞는다. 가볍고 코믹하게 흐르던 영화가 끔찍한 살해장면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지만 영화는 약간의 죄책감밖에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미래로 달려나가는 주인공들을 보여주며 결말을 열어놓은 채 끝난다. 선댄스영화제 상영시 결론의 윤리성을 놓고 격렬한 관객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는 당시 객석에서 열렬한 옹호를 보냈던 평론가 로저 에버트로부터 “자신의 동족에 대해 비윤리적인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이 그만큼 그들의 복합적인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라며 아시안 아메리칸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극찬을 얻었다. 17일 영화상영 뒤 가졌던 토론회에서도 감독은 “무술영화의 주인공이거나 수동적이고 공부벌레이기만 했던 아시안 아메리칸의 이미지를 탈피해보고 싶었다”는 영화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감독의 신용카드 6개를 동원해 대출을 받고, 유명 감독의 편집실을 밤중에 빌려 편집했으며, 스크립트를 보고 확신을 얻은 코닥사로부터 필름 및 장비 지원을 받는 등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작 코스를 그대로 밟은 이 영화는 MTV필름에 약 100만달러 가까이 팔려 내년 전국 개봉을 앞두게 됐다. 과연 그가 ‘제2의 웨인왕’이나 ‘아시안 아메리칸영화계의 스파이크 리’라는 명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한 점. 영화 속 다섯명의 주인공 중에는 강성, 존 조 등 한국 배우들도 출연해 한몫하고 있다.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