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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리포트]독일 투자자여, 돌아와줘요
2002-06-24

할리우드에 거액 투자해온 독일 큰손들, 독일 주가 폭락 등 이유로 투자 소극적독일이 재채기를 하면 할리우드가 감기에 걸린다? 6월17일치 <LA타임스>는 할리우드의 안정적인 투자자였던 독일 자본들이 최근 갑작스럽게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할리우드영화 제작전선에 빨간불이 켜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독일은 지난 5년 동안 120억달러의 투자금을 미국영화에 쏟아부은 할리우드의 조용한 실력자였다. 이 액수는 스튜디오의 자체 예산 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투자금의 규모로는 가장 큰 소스. 할리우드 전체 매출액의 20%에 가까운 규모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떼이지만, 영화에 투자하는 돈은 독일 내외를 막론하고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특이한 세금체제 때문에 부의 은신처가 필요한 수천만 독일 부자들은 할리우드영화를 가장 적합한 투자처로 활용했다. 덕분에 의사, 변호사 등 독일의 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모아 미국영화에 투자하는 에이전시들은 할리우드에서 거물로 행세해왔다. 이들의 투자금을 활용했던 파라마운트나 유니버설 같은 스튜디오들은 경기가 어려웠던 최근에도 과감하게 거대예산 영화를 진행할 수 있었고 유니버설은 흥행전망이 거의 불투명했던 <분노의 질주> 같은 영화에 독일의 자본을 끌어들여 위험을 줄이면서 의외의 히트작을 낼 수 있었다. 인디영화계 역시 독일 투자자의 영향으로 몸집을 불릴 수 있었다. 이번 여름 해리슨 포드 주연의 1억달러 블록버스터 스릴러 를 내놓는 인터미디어 필름, 내년에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6500만달러 영화를 선보이는 프랜차이즈 픽처스 등이 독일의 영향으로 스튜디오급으로 업그레이드된 경우다. 이 밖에도 <나인 야드> <배틀 필드> <아이리스> 등 독일 투자자들의 힘을 얻은 영화들은 메이저 스튜디오나 인디 할 것 없이 일일이 셀 수 없다. 할리우드가 확신할 수 없어서 만들기 주저하던 영화들을 대신 만들어주고 스튜디오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경우에도 여유를 준 쪽이 독일의 자본이라는 것이 이들의 시선이다. 때문에 최근 독일 내 주가 폭락과 영화 투자자본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수주 내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할리우드가 덜컥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 기사는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의 인디영화 담당자의 말을 인용, “해마다 프랑스 칸영화제 때 항구를 그득 메우던 독일의 비싼 요트들이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며 “미국영화 판권 사기 경쟁에 뛰어들어 값을 두배로 올려놓곤 하던 독일 파이낸서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독일의 상황이 이렇다면 이곳 사정도 당장 나빠질 게 뻔하다”고 보도했다. 독립영화계는 그동안 제작비의 젖줄이 됐던 독일 투자자들이 몰려가면 이를 대체할 다른 소스를 찾기 힘들다며 우울한 표정이라고 전했다. 스튜디오들도 당장 미국 내 촬영을 줄이고 캐나다 등 해외촬영을 늘리는 등 그동안 독일 자본으로 누렸던 안락한 제작환경을 포기해야 할 때라고 잔뜩 몸을 웅크리면서 투자금이 씨가 마르기 전에 한건이라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독일 파이낸싱 에이전시들과 접촉하고 있다.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