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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리포트] 장위엔, 차향에 빠지다
2002-07-15

신작 <녹차> 제작발표, 촬영감독은 크리스포터 도일중국영화계의 영원한 악동 장위엔(張元), 화려한 스타일로 이름난 촬영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중국영화의 차세대 기대주 장원(姜文), 이들 셋이 함께 모여 영화를 찍는다면? 여기에 현재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 자오웨이까지 가세한다면, 어떤 그림의 영화가 나올까? 그 답은 이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녹차>(綠茶)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6월18일 베이징 시내의 한 호텔에서는 장위엔의 신작 <녹차>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녹차>의 화려한 진용 때문인지 이날 행사장은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사실 이들의 만남은 예견된 것이었다. 7년 전, 장위엔의 <동궁서궁>(東宮西宮)에서 자오웨이는 유일한 여배우로 출연했고, 장원과 크리스토퍼 도일은 장위엔의 데뷔작인 <북경녀석들>(北京雜種)의 주인공 최건(崔健)을 통해 알게 된 친구 사이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장위엔과 장원도 십수년지기 친구 사이이다. 왕가위의 촬영을 뒤로 하고 베이징에 온 크리스토퍼 도일은 이에 대해 “이번 우리의 결합은 오랜 친구들의 모임과도 같다”며 즐거워한다. <녹차>의 원작은 중국의 여류작가 진런순의 소설 <물가의 아디리나>(水邊的阿狄麗娜)로, 같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지만 낮과 밤, 각각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행로를 따라잡고 있다. 낮에는 정숙한 대학교수 우팡으로, 밤에는 열정적이고 신비스런 낭랑으로 살아가는 여주인공 역을 자오웨이가 연기한다. “나는 두 사람을 연기하고 있지 않다. 한 사람의 두 가지 면, 다시 말해 두 가지의 태도를 연기할 뿐이다. 비록 이 영화는 평범한 러브 스토리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의 태도는 그 차이가 매우 크다. 따라서 이번 영화 속 나의 연기는 매우 큰 도전이다.” 자오웨이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렇게 이해하고 또 준비하고 있다. 그녀과 사랑에 빠지는 천밍량 역을 장원이 맡게 된다. 장원은 “나는 시나리오 선택에 늘 까다롭다. 이번 영화 <녹차>도 예외는 아니”라며 작품에 대한 신뢰를 내비치고 있다. 영화에서 ‘녹차’는 우팡이 남자들과 데이트를 즐길 때에 매번 주문하는 차다. 우팡은 “한잔의 차로부터 한 사람의 사랑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있는데, 이는 우팡뿐 아니라 장위엔의 마음도 흔들어놓았다. 장위엔은 <녹차>를 “음악성이 풍부하고 시적 내러티브를 지닌 영화”로 찍을 구상이라고 밝혔다.그동안 장위엔의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이 중국영화계에서 환대만 받아온 것은 아니다. 일관된 작품성격과 특이한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그는 중국영화계에서 ‘분노청년’(憤怒靑年)이라 불리고 있다. 이 ‘분노청년’ 장위엔 또한 요즘 중국 독립영화 감독들의 새로운 활로인 상업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의 새로운 영화 <녹차>가 평범한 일회성 티백에 그칠지 깊은 향내의 고급 녹차로 우러날지, 그 결과가 자못 기대된다.베이징=이홍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