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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펜 “이젠 감독이라 불러다오”
2001-05-17

“배우보다 감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가수 마돈나의 전 남편으로, 불온한 눈길의 배우로 유명한 숀 펜(사진)의 `희망'은 불혹의 나이를 막 넘긴 올해 비로소 이뤄질 듯 하다. 1991년 <인디언 러너>로 감독에 데뷔해 세번째 장편영화로 내놓은 <서약>이 보여준 연출력에 시비를 걸기란 쉽지 않다. “배우는 감독의 연기 지도를 벗어나기 어렵지만 감독은 영화의 주인으로서 누구보다 일찍 촬영장에 나가 모든 걸 조직해야 한다.”

하지만 배우 잭 니콜슨에 대한 그의 극찬은 배우와 감독의 관계를 뛰어넘는다. “니콜슨은 미국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 가장 훌륭한 배우다. 똑똑한 그는 나에게 끊임없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주었고, 낯선 장소에서 촬영하느라 분위기가 굳어있으면 현장을 밝게 바꿔놓는 재주를 발휘했다.”

<서약>은 노쇠한 형사의 변화하는 순간순간을 포착하느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부묘사에 힘을 쏟았고, 그게 이 작품의 강점이 됐다. “디테일은 나에게 전부를 의미한다. 인간의 삶에서 얻은 경험을 표현하는데 큰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통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일상의 사사로운 순간들을 달리 보여줄 도리가 없다.”

잭 니콜슨이 연기한 노 형사의 최후는 영웅과 광인 사이의 갈림에 놓이는데 영화는 비극적인 후자를 택했다. “광기가 있다고 해서 미쳐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미치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감수성이 남달라서 이 이상한 세상을 강하게 느낄 뿐이다.”

유럽 영화와 미국 영화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으냐는 질문에 그는 “생각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다 좋다”며 “좋은 영화는 그냥 좋은 영화일 뿐인데, 좋은 영화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건 선거에서처럼 승리한 편이 항상 좋은 쪽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쪽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감수성은 특별해서 “약간 변태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칸/글 이성욱 기자,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