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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눈으로 본 자유와 인권
2001-05-22

뉴욕

<파룬궁의 도전> <티벳의 도둑맞은 아이> 상영,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 환기

“나는 정치적이지 않으므로 자유를 달라”는 주장은 이미 정치적이다. 또한 그들이 정치적이지 않으므로 자유를 주라고 호소하는 영화보다 정치적인 것은 없다. 2001년 5월, 부시정권 하의 뉴욕의 한 극장에서 ‘파룬궁’과 ‘티베트 불교’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규명 내지는 규탄하는 두편의 동시상영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겹겹의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전직 , 뉴스프로듀서 대니 쉐히터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파룬궁의 도전>(Falun Gong’s Challenge to China)은 1999년 4월 북경에서 대규모 침묵 시위를 벌임으로써, 중국정부와 세계를 놀라게 한 ‘파룬궁’ 사건에 대해 일견 저널리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중국 현지에서 파룬궁 회원들과의 인터뷰, 고문 사진, 파룬궁 지도자와의 대담, 각종 뉴스릴 등등등. 그간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서구 언론들에도 파룬궁은 일종의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 인식돼왔다. 이와는 달리 영화는 파룬궁을 사이비 종교로서가 아니라, 요가나 기공 같은 개인적인 심신수양의 방편으로 접근한다. 개인적 자유에 대한 영화의 이러한 변호는 자유를 향한 신념과 그에 대한 부당한 억압이라는 오래된 정치 드라마의 변주를 반복하게 된다. 여기서 악역으로서의 중국이라는 모티브는 <티벳의 도둑맞은 아이>(Tibet’s Stolen Child)를 <파룬궁의 도전>과 동시상영하게 하는 열쇠다.

1994년부터 인권운동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감독 로빈 갈스웨이트는 티베트의 실종된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북아일랜드와 동티모르, 60년대 미국의 흑인인권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투쟁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저없이 설파한다. 영화의 소재는 1995년 달라이 라마가 제11대 판첸 라마의 화신으로 인정한 6살의 게드훈 니마가 이에 반대하는 중국당국에 의해 납치된 사건. 달라이 라마와 함께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되는 판첸 라마의 선출권을 둘러싸고 중국이 자신들의 결정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저지른 테러라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적인 정보 대신 티베트의 이미지와 60년대를 연상시키는 선동적인 음악을 주로 사용한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티베트와 중국의 갈등에 대해서 ‘종교적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로 접근하는 미국의 시각은 예외없이 작동한다.

영화가 표방하는 자유와 인권에 대한 호소가 공허하게 스크린 상에 머물지 않는 것은 스크린 밖에서 중국상품 불매운동까지 연계된 파룬궁과 티베트살리기 캠페인이 힘을 실어주기 때문. 지난주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제2회 파룬궁 세계집회’나 국제 티베트살리기 캠페인 등은 미국에서 더이상 낯선 이슈가 아니나, 단지 중국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가 매서운 현 부시정권과 중국을 질타하는 인권운동이 수상쩍은 매듭고리로 연결되지 않길 예의 주시할 뿐이다.

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