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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DVD 시장, 장기적 안목으로 키워가라
2004-04-06

2000년대 들어 DVD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세계 영화산업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일본만 하더라도 2002년 기준으로 전체 극장 흥행수입이 1967억8천만엔 수준인 데 비해 DVD 판매수입이 1791억1100만엔, 대여수입이 155억엔, 총 1976억엔 수준으로 전체 흥행수입을 능가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DVD 판매 및 대여를 통한 수입이 162억달러로 VHS 시장 59억달러를 한참 추월했고, 박스오피스 흥행수입 80억달러 수준 역시 능가하였다. 이 수치를 바로 개별영화의 수입에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주요 할리우드영화의 DVD 수입이 대체로 박스오피스 수입과 일대일 정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혹시라도 DVD를 통해 90년대 초, VHS 시장이 한국 영화산업에 가져다주었던 축복을 다시 한번 재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섣부른 기대일 듯싶다. 지난해 영진위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2002년 한국영화의 전체 수입 중 DVD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외양상 전체 매출규모는 1천억원으로 상당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수입은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2003년 DVD 판매 상위 20편 중 한국영화는 <살인의 추억> 한편에 지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판매시장의 가능성에 좌절한 몇몇 업체들은 한국영화 DVD의 대여시장 가능성을 진지하게 타진하고 있는 모양이.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DVD의 대중화를 계기로 대여 중심의 왜곡된 비디오 시장을 해외 선진국처럼 셀스루 중심의 시장으로 가꾸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업계의 기대가 너무도 쉽사리 좌절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여점들의 영세성이나 DVD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여시장을 통한 매출 확대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설사 단기적으로 다소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금세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콘텐츠의 내실을 다지고, 유통망을 정비하며, 올바른 소비 성향을 유도해나가는 바닥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DVD 플레이어의 보급률은 20%도 되지 않는 상황이며, 본 게임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한국 영화계가 DVD 시장에 대해 너무나 무신경하다는 것이다. 비디오나 DVD업계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완전히 주변화되어 있으며, 영화업계도, 영진위도, 콘텐츠진흥원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DVD의 유통구조는 완전히 기형화되고 있으며,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덤핑 공세로 인해 DVD는 값싼 매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

조준형/ 영상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