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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속으로 끌어낸 켈트족의 영웅, 해외신작 <킹 아더>
김혜리 2004-05-13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킹 아더>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로 그 아더 왕 이야기다. 바위에 꽂힌 예언의 검을 뽑고 원탁의 기사단을 호령하고 요정의 뱃전에 누워 아발론으로 마지막 길을 떠났던 아더 왕 말이다. 이만큼 지명도 높은 전설의 인물을 재차 호명해 “그는 누구인가?”를 묻는 프로젝트에는 어떤 식으로든 수정된 해석을 가미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터다. 일단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 여름영화의 브랜드가 예고하는 청사진은 <엑스칼리버>보다 <브레이브 하트>에 가까운 액션서사극. 요컨대 마법과 영기가 공기 중에 떠도는 판타지보다 살점이 흩어지는 노골적인 액션어드벤처가 아니겠냐는 예상에 브룩하이머도 “실감나는 전설”이라는 표현으로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킹 아더>의 또 다른 욕심은 후광에 휩싸인 신화의 영웅을 로마제국 쇠망기인 서기 5세기의 흙먼지 속으로 끌어내겠다는 것. <글래디에이터>에 참여했던 작가 데이비드 프랜조니의 시나리오는 아더 왕을 로마인 아버지와 브리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국의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공적 사명과 사적인 의지의 알력 속에서 숙명을 깨우치는 사나이로 그린다. 일부 원탁의 기사들 역시 브리튼의 로마 요새를 지키기 위해 파견된 (지금의) 러시아 혈통의 전사로 고증된다. 이들의 지휘관인 젊은 날의 아더 왕, 루시우스 아르토리우스 카스투스는 휘하 기사들과 함께 명을 받아 떠난 여정에서 강인하고 아름다운 기네비어를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후세가 알고 있는 켈트족의 영웅으로 거듭난다.

차세대 007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클라이브 오언(<본 아이덴티티> <머나먼 사랑>)이 타이틀롤을 맡아 스타덤에 도전하지만, 아무래도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키라 나이틀리의 기네비어. 일찍이 TV시리즈 <도둑의 공주>에서 로빈 후드의 딸로 활약한 나이틀리는 <킹 아더>에서 귀부인의 치마를 벗어던지고 푸른 진흙을 바른 얼굴로 활시위를 당긴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서 남자 동료들에 비해 성에 차는 전투장면이 없어, 입술을 깨물었던 기억을 털어낼 태세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