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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환생한 정주영과 이병철-MBC 새드라마 <영웅시대>

“한 번 해봅시다. 우리 둘 중에 누가 천하제일의 자리에 오르는지.”

장차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그룹 창업자가 될 두 청년이 1930년대 중국 상하이의 한 부두에서 만나 이런 얘기를 나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문화방송의 100부작 새 대하드라마 〈영웅시대〉에서 천태산과 국태호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4일 오후 중국 상하이 황푸강 푸싱다오 섬의 한 부둣가에서는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차인표(천태산)와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전광렬(국태호)이 후텁지근한 날씨에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땀을 흘리며 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다. 차인표는 부둣가에서 하역작업을 지켜보다 갑판 위에 서 있는 전광렬을 발견했고, 이들은 서로의 포부를 이야기하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한다. 청년시절 정 전 회장과 이 전 회장이 실제로 만난 일은 없었으므로, 이 장면은 천태산의 꿈으로 처리된다.

7월 방영 MBC <영웅시대> 중국촬영 현장

7월5일부터 안방을 찾아가는 〈영웅시대〉는 193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경제 개발의 두 주역이 기업을 일궈온 과정과 이들의 가족사를 통해 ‘시련과 영광의 한국 경제사’를 그려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웅시대〉는 시작 전부터 ‘재벌 미화 논란’에서 피해하기 어려울 듯싶다. 정주영과 이병철을 모델로 삼아 인물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다, 이들의 과실보다는 치적 중심으로 스토리가 이뤄진 까닭이다. 이에 대해, 25일 저녁 상하이 성창호텔에서 열린 〈영웅시대〉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은 “인물만 차용했을 뿐, 이들의 일대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차인표는 “정주영 회장에게서 모티브를 따오긴 했지만, 극 중에서 새롭게 가공된 인물 천태산을 연기할 작정”이라며 “〈영웅시대〉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했다.

차인표는 “시놉시스로 본 천태산은 청년시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정말 열심히 산 사람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무언가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광렬은 “이병철 회장의 ‘천하제일’을 꿈꾸던 용기와 신념, 추진력을 연기로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자인 신호균 시피와 연출자 소원영 피디도 “두 거물은 모델일 뿐이며, 허구로서의 드라마는 에피소드를 차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천태산의 넷째 아들 사국의 자살과 이를 계기로 국회의원 박대철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국은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을, 박대철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두 기업 관계자들은 재벌가 자식들의 출생 비밀과 정경유착의 과오에 대한 표현 수위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