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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美 대선 영향 논란
2004-05-27

최근 두어차례 한국의 대선에서도 TV드라마나 영화가 특정 후보에 유불리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논란과 시중의 화제를 불러모은 일이 있지만, 미국에서도 곧 개봉될 재난영화 <투모로우>의 올해 대선 영향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미국 대선이 전례없이 경합 양상을 보이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현상이다. 최근엔 미 보건 당국이 `플랜B'라는 사후피임약에 대해 의사처방전 없는 판매를 금지한 조치를 놓고도 진보진영이 보수층 표를 의식한 부시 행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었다.

당장 내일은 아니더라도 곧 닥칠 수도 있는 일이라는 뜻의 <The Day After Tomorrow>가 원제인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어느날 갑자기 전지구적인 재앙과 함께 북반구에 제2의 빙하기가 덮친다는 내용.

논란의 요체는 부시 행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계속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조지 부시 행정부에 한방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미국민의 관심을 높임으로써 그동안 환경보호단체들로부터 대기업을 위해 환경보호 문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부시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

이 영화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도 영화상의 대통령을 의지가 약한 인물로,그리고 체니 부통령과 닮은 배우 케네스 웰시에게 부통령 역을 맡긴 것에 부시 행정부를 꼬집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26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6일 이 영화의 정치적 함의와 논란을 다뤘고, 그에 대한 독자들의 찬반 기고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측은 이 영화의 활용가치를 짐작, 환경주의자이기도 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영화를 강력 추천하면서 앞으로 순회 주민간담회를 열어 지구 온난화 문제에 관해 토론할 계획이고, 민주당 외곽단체인 `무브 온 닷 오르그'는 회원 수천명을 거리로 내보내 기후변화에 관한 전단을 뿌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일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의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직원과 과학자들에게 `긴급 본부 지시'를 내려 이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금지한 사실이 내부 과학자의 제보로 드러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4월25일 영화관람객들이 이 영화에 자극받아 부시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책 소홀에 비판적이 될 수 있는 점 때문에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고,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날 "백악관이 나사에 지시했다가 언론에 그 웃기는 지시가 보도되자 지시메모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평가는 "과학적으로 웃기는 영화로, 그 영화를 만들 돈이 있으면 내 기후연구에 쓰는 게 낫겠다"는 것과 "2-3일 사이에 빙하기가 덮치는 일은 없겠지만, 영화속의 상당수 재난은 현실성이 있으며, 관객들에게 지구환경 문제에 관한 의식을 일깨운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나뉜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통상 할리우드 영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워싱턴이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는 이 영화의 정치적 함의를 부인하고 `그저 오락용일뿐'이라고 강조했으나, 이같은 논란과 보도는 최근 전 세계적인 부시 비판론과 맞물려 전 세계적인 영화 흥행을 돕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