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충무로 이슈] 영화사들이여! 연극계를 지원하라
2004-05-27

스타 시스템의 한계 뚜렷… 배우를 기르는 방안 고민할 때

스타가 관객을 동원하는 힘은 어느 정도일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를 보면 스타가 관객의 영화 선택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2003년 영진위의 관객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관객이 관람 영화 선정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영화의 스토리, 주변 사람들의 영화평, 영화 관련 기사/광고를 1, 2, 3위로 꼽았고 출연배우나 감독은 오히려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도 실제 한국영화의 관객은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현재 스타파워만으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주연급 배우는 남자인 경우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고 여자배우는 그보다 훨씬 적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관객동원력이 검증되지 않은 주연급 배우들의 개런티까지도 치솟는 것일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지 않는 영화일 경우 영화를 알리는 데서부터 애를 먹기 때문이다.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는 기획단계 혹은 촬영 초부터 각종 연예오락 프로의 홍보 대상이 되며, 영화 개봉을 앞두고는 집중적인 홍보가 가능해진다. 이는 마케팅 비용으로는 거의 계산이 되지 않을 정도의 홍보효과를 가진다. 결국 영화사들이 거액을 들여 유명 스타들을 기용하는 이유는 적극적인 스타들의 관객동원 효과보다는 영화 흥행의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방어적인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홍보가 된다고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무료로 소비되는 TV드라마와 달리 관객이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돈을 지불하는 영화라는 매체소비의 특성상, 관객은 모든 부분에서 높은 만족도를 요구한다. 배우로 따지자면 인지도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연기력이 요구된다. 어느 면에서는 인지도만 높고,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캐릭터 창출에 실패하는 특A급 스타(특히 CF, 가요계에서 건너온)보다는 인지도는 다소 낮아도 연기력이 부각되거나 캐릭터 창출에 성공하는 배우들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도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찾기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남자배우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조건에 맞는 배우들이 연극계를 통해 비교적 끊임없이 충당되었으나, 최근 그나마 고갈되고 있는 형편이며, 여배우의 경우에는 거의 공급이 끊긴 상황에 와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게 되고, 관객동원력이 검증되지 않는 스타들까지 홍보상의 이유나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러닝 개런티’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실질 개런티를 높여놓는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배우들을 발굴하고,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웰 메이드’ 영화들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단기적으로 영화진흥기금의 일정 금액을 헐든 영화사들이 돈을 갹출하든 정기적으로 연극계를 지원할 것을 권하고 싶다. 연극계의 인맥이 영화산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이미 경험적으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조준형/ 영상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