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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한류 열풍’의 전도사 이종률씨
2004-06-07

"보통 `한류(韓流)'하면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만 생각하지요. 하지만 멕시코에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정홍보처 해외공보관 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주멕시코 한국대사관(대사 조규형)의 이종률(39) 공보관은 6일 멕시코에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에 대해 이처럼 운을 떼며 그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한류의 시작은 2002년 이 공보관이 본부로부터 입수한 <별은 내 가슴에>, <이브의 모든 것> 등 2편의 국산 드라마의 방영문제를 놓고 멕시코의 공영방송 `메히껜세(Mexiquense)'와 협의한 끝에 이 방송이 같은 해 10월 첫 방영되면서부터. 메히껜세는 처음엔 오전이나 심야 등 한가한 시간대에 드라마를 방영했다. 낯선 한국 드라마가 제대로 먹히겠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시청률은 계속 올라갔고 종영 뒤엔 재방영을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지금 두 드라마는 멕시코 국민의 저녁식사 시간이자 프라임타임인 밤 10시로 방영시간을 옮겨 5번째 `재탕' 방영되고 있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듯 멕시코 제2의 민영 TV방송인 `아스테카(Azteca)'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 열풍이 서서히 불더니 `한국 연예인 팬클럽'이 구성됐다. 안재욱과 장동건 팬클럽의 회원수는 2천명을 훌쩍 넘어버렸다. 이들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자국어인 스페인어로 더빙해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대사관에 쇄도하고 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대사관 직원들도 팬클럽 회원들이 대사관을 직접 찾거나 전화를 걸어 "한국 드라마 O.S.T를 구해달라"거나 "드라마 주인공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진과 개인자료를 얻을 수 없느냐"는 등의 문의를 쉴 새 없이 해와 `한류'를 실감했다.

이 공보관이 직접 만난 팬클럽 회장 롤레타 까리나(24.여.회사원)씨는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안재욱의 콘서트 실황 등을 다운받아 보고 있다. 회원끼리 함께 보고 싶은데 그럴 공간이 없다. 또 돈을 주고라도 구하고 싶은데 스페인어로 더빙된 게 없어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 공보관은 이런 `불만'을 수렴, 곧장 한국의 아리랑TV에 연락해 안재욱이 출연한 영화 <> 등을 스페인어로 더빙해 입수했으며, 지난해 11월엔 아예 대사관 강당에서 팬클럽 회원 200여명을 초청, 드라마 상영 등 `임시 한국의 날' 행사까지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참석자들은 "보아, 베이비복스 등 한국 가수들도 정서에 맞는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자주 해달라"고 요청했고, 대사관 측은 아예 분기별로 한 번씩 행사를 갖기로 했다는 것. 이 공보관은 "드라마의 주제가 연인간의 사랑, 젊은이들의 패기와 성공 등인데 이게 멕시코 사람들의 정서와 비슷해 호소력을 갖는다. 가족의 반대로 결혼을 못한다는 등의 배경 설정은 가족주의가 강한 멕시코에서도 어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 뒤 "지금은 안재욱 팬클럽이 2개, 장동건 팬클럽이 1개, 그리고 한국 자체에 대한 팬클럽이 1개 등 모두 2천여명의 회원이 생겼으며, 이들 연예인을 멕시코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은 지난 2월 멕시코의 명문 국립자치대학(UNAM)에 한국어과를 신설하는 계기가 됐다. 이 학과에는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으나 수용 규모가 한정돼 있어 대학측은 다음 학기엔 수강생을 200명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보관은 "중남미 전체 6억 인구 가운데 멕시코 인구만 1억으로,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인데 한국 연예인들이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임기를 마칠 때까지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 지역에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킬 생각"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