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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극장은 유해업소가 아니다
이영진 2004-06-08

“학교정화구역에서 극장영업을 금지하고 있는” 학교보건법의 일부 조항이 최근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 “극장이 유해업소가 아님”이 증명됐다. 5월24일 헌재는 재판권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존 학교보건법이 “학교정화구역 내에서 극장영업을 하는 자의 직업의 자유, 아울러 극장운영자의 표현 및 예술의 자유, 그리고 극장을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문화향유에 관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면서 대학 부근에 극장 영업을 할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고,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위헌이긴 하나 즉각적인 무효화를 선언할 경우 혼란이 예상돼, 새 법률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현행 법률을 따르도록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m 이내에 유치원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 8년 동안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극장 이전 및 폐쇄 압력을 받아오다 위헌제청을 내기에 이른 광주극장(대표 최용선)으로서는 이번 결정이 불만족스럽진 않을까. 이 문제를 붙들고 그동안 씨름해온 광주극장 김형수 이사와의 인터뷰.

학교보건법이 극장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광주극장은 광주 도심인 충장로5가에 위치하고 있다. 97년 4월말부터 5개관으로 늘리려고 설계를 구상하던 중에 관할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공문의 내용은 학교보건법의 정화구역 조항에 극장은 기타금지시설로 분류되어 있고 따라서 광주극장은 법을 위반했으니 1998년 말까지 자진폐쇄하거나 이전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교육청이 요구했던 시한이 2000년 12월31일로 연기됐다.

극장 설립 당시 학교보건법의 조항을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유치원이 극장보다 더 늦게 생겼던 것인가.

극장도 유치원도 잘못없다. 가장 늦게 생긴 건 학교보건법이다. 광주극장이 설립된 건 1933년이다. 근처의 보문유치원도 1965년에 생겼다. 학교보건법이 생긴 것이 1967년이다. 관할교육청에서는 이러한 극장 상황을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문을 보내는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유치원과 극장에 대한 고려없이 만들어진 법이다.

지난 시간 동안 극장쪽에서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려고 애썼을 텐데.

문화관광부에 민원을 넣은 적이 있는데 도리가 없어 안타깝다는 답신만 받았다. 이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전국극장협회등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뾰족한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2001년에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됐다. 최고 500만원의 벌금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안 했다. 불합리한 법조항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1년 광주지방법원에 위헌법률제청을 했고, 2003년 1월에 지방법원 판사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재로 올려보낸 거다.

이로 인해 극장 상황도 많이 나빠졌을 것 같다.

97년에 20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3명이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해서이기도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전이니, 폐쇄니 하는 이런 문제를 고민하다보니 아무래도 극장 운영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광주극장은 일제 강점기에 전남에서 최초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극장인데 현재까지 3대가 극장을 이어 경영하고 있다. 현재는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아트플러스에 동참하여 광주지역을 맡고 있다.

불합치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올해도 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지만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현실적인 압박은 줄어든 면이 있다. 당장 극장에 대한 증축이나 다른 계획은 없다. 현재 진행하는 예술전용관 지원사업을 충실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헌재의 결정은 교육기관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고 보고 존중한다. 앞으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세분화된 새로운 법안을 상정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