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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화계, 장기수 영화에 주목
2004-06-10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80)의 삶을 다룬 영화 <내 삶이 닻을 내린 곳>이 북한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선명은 지난 2000년 9월 초 다른 비전향 장기수 62명과 함께 북송된 인물이다. 북한군 4.25예술영화촬영소가 제작한 이 영화는 동지애를 잘 구현한 `선군(先軍) 시대의 특출한 성과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 영화를 관람한 후 "사상적 내용이 좋다"고 극찬했다.

북한 조선문학예술총동맹 기관지 `조선예술'은 2, 3월호에 이 영화와 관련한 평 등을 연속으로 소개하며 "이 영화는 문학(대본), 연출, 촬영, 배우연기, 음악 등 영화 형상 전반에서 새로운 높은 경지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주인공 명선(인민배우 현창걸)이 인생의 황혼기에 북한에 돌아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감옥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을 주제로 다룬 대부분의 비전향 장기수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이 북한군 입대, 동지애를 확인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북한군에 입대해 1년 후 포로가 될 때까지 주인공의 활동이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포로가 된 이후 45년동안 전향하지 않고 감옥에서 생활하는 장면은 불과 1-2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군복무 기간의 내용은 과거 좋지 않은 인연을 가졌던 중대장 장쇠(리영남) 등과 사선을 넘으며 동지애로 뭉쳐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평론가 안광일은 이 영화를 "새로운 창작적 안목과 각도에서 형상을 잘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특성은 탄탄한 구성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지만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으로 작품의 스케일을 극복했고, 짧은 대사와 배경, 연출력으로 예술적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론가 한룡숙은 "연출가는 정황과 계기, 분위기에 맞는 배경과 장소를 선택하고 감정의 흐름을 무리없이 이어 나가는 방법으로 영화의 형상세계를 차분하면서도 무게 있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주인공 명선 역을 열연한 북한군 4.25예술영화촬영소 전속배우 현창걸은 불과 1-2 장면의 감옥 씬을 실제상황과 가깝게 하기 위해 단식까지 마다하지 않는 등 혼신을 다해 배역을 소화했다. 그는 단식 기간 어지럽고 시력과 혈압이 떨어지는 등 생리적 변화에 부딪히면서 "이러다가 정말 쓰러지지나 않는 것인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대본을 쓴 김두연 북한군 4.25예술영화촬영소 작가는 대본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일대기를 다룬 `1년과 45년'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보고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