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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울어서 창피했어요”
2004-06-10

<인어공주>의 20살 해녀, 전도연

목소리도 크고 억척스러운 엄마가 싫은 딸 '나영'. 한글도 못 읽는 주근깨 투성이의 스무살 해녀(海女) '연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전도연(31)이 25일 개봉하는 <인어공주>에서 1인2역 연기에 도전한다. 그녀가 맡은 역은 주인공 나영과 젊은 시절 어머니 연순. 스무살의 나영은 어느날 어머니의 고향 섬마을을 찾았다가 젊은 시절의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

9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극장에서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전도연은 "시사회 중 너무 많이 울어서 창피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제가 출연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봤어요. 너무 많이 울어서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니까 부끄럽더군요.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자기 영화를 보면서 운다고 남들은 흉볼지 몰라도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받았던 좋은 느낌이 잘 살아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영화 속 모녀의 관계가 자신과 어머니 사이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스스로의 설명이다. 그녀는 "나 역시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어머니가 살던 삶이 지금 내가 사는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두번째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박흥식 감독도 "촬영장에 부모님을 모실 때나 중간중간에 통화하는 모습만 봐도 효녀임에 틀림없다"고 칭찬했다. 그녀는 지난 3월 SBS의 TV 프로그램 <사랑의 위탁모>에 출연해 어머니와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전도연은 "시나리오에서의 따뜻한 느낌을 빼내려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노력했기 때문에 특별히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제주도 바닷속에서 진행됐던 수중 촬영분이 포함되지 못한 게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늦가을이라서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태풍이 지나간 뒤의 바다라서 계속 진행을 못하게 된 거예요. 그때 맘 고생이 정말 심했죠"

1인2역 연기에 대해서는 "시선 맞추기가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나영은 나영대로 연순은 연순대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잘 대변해 주고 싶었다"며 "특히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지켜봐야 하는 나영의 시선이 어떤 톤이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연기하는 두 역할 중 어머니 연순은 5년 전에 출연했던 <내 마음의 풍금>의 홍연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과거의 시골 마을이라는 배경에서도 그렇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아이(홍연)의 감정과 여자(연순)의 감정이라는 게 두 인물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하는 그녀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연기를 하다보니 감정에서는 두 인물이 많이 다르더라"며 "영화를 찍고 있으니 어느새 홍연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도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생겨 기분이 좋다"며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면 스태프에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을 정도일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