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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춘을 발레와 함께, <발레교습소> 촬영현장
이영진 2004-06-14

“정신 안 차릴래! 동작이 계속 끊어진단 말이야.” 변영주 감독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윤계상은 찔끔하더니 더욱 소침해진 표정이다. 크랭크업을 눈앞에 둔 5월25일 밤 10시, 서울 양재동의 한 편의점 앞. 주택가로 진입하는 차량들 때문인가. 아니면 동트기 전까지 찍어야 할 분량이 많아선가. 변영주 감독의 더듬이는 보름 전 첫 <발레교습소> 촬영현장 공개 때보다 예민해진 듯하다. 콜라캔에 팩소주를 따라마시며 잡담을 나누던 고3 수험생 민재(윤계상) 일행이 편의점에서 수진(김민정)을 보고 쑥덕거리는 장면은 몇번의 테이크 끝에 OK. 변 감독은 다음 장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윤계상, 온주완, 이준기 세 배우를 빙 둘러세워놓고 작전타임을 갖는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 걸까. 감독의 단짝인 신혜은 프로듀서에게 물었더니 “잘하라고 야단치는 거죠. 이런 거 첨 봐요?”라며 웃는다. 지난번 인터뷰 당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배우 자랑을 늘어놨던 건 그럼 거짓말이었나. 시나리오를 보면 진실이 있다. 변영주 감독은 <밀애> 때처럼 이번에도 현장에서 대사를 수시로 바꾼다. 앵글도 마찬가지.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집중력이 강하다”지만 신인배우 윤계상으로서는 즉흥적인 느낌을 요구하는 감독의 변덕(?)을 10년 된 배터리처럼 노련하게 받아줄 여력은 아직 없는 것이다. 게다가 촬영 또한 90%를 마쳤고, 도입부 촬영이다보니 긴장이 다소 풀린 것 아닐까.

<발레교습소>는 “하기 싫은 것은 많으나 하고 싶은 것은 없는” 열아홉 청년 민재와 “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열아홉 소녀 수진이 수능시험을 본 뒤 하릴없이 방황하다 우연한 기회에 발레를 배우게 되고, 이곳 구청 발레교습소에서 만난 군상과의 유대 속에서 지금껏 자신들이 보지 못했던 길의 실루엣을 어렴풋이 발견한다는 내용의 ‘청춘드라마’. “힙합이 아니라 왜 발레냐고 묻는데. 힙합은 걸치는 의상만 봐도 자신을 숨기는 춤인 반면 발레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하는 춤이다. 발레가 청춘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택한 거다.” 시나리오를 함께 쓴 변영주 감독과 신혜은 프로듀서가 청춘을 ‘발레교습소’로 이끈 이유. 2004년 2월9일 크랭크인해서 6월2일 63회의 촬영을 모두 마쳤으며 올 가을 개봉한다.

사진 정진환, 이혜정·글 이영진

△ 연기를 하기 전 실제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던 도지원이 엉뚱하고 덜렁대는 구청 발레교습소 선생으로 출연한다. 영화는 이번이 처음. (왼쪽 사진)

△ 언젠가 변 감독님과 하고 싶어” 주저없이 <발레교습소> 수강증을 끊었다는 김민정(오른쪽). “‘쟨 가수니까 잠깐 연기하고 떠나겠지’라고 여기는데 변 감독은 첫 만남부터 그렇게 넘겨 짚지 않은 유일한 감독이어서 출연을 결심했다”는 윤계상(왼쪽). (가운데 사진)

△ 민재 일행이 양아치들과 편의점에서 엉겨붙어 싸우는 장면. 핸드헬드로 좁은 편의점 안을 누비는 이는 성승택 촬영감독. 그가 전에 찍은 단편 <춘희>를 본 변영주 감독이 두 번째 극영화 파트너로 강력 추천해 같이 작업하게 됐다. (오른쪽 사진)

△ “쪽팔려. 젊은 애들 영화에 내가 왜 나서.” 비디오 가게 주인으로 발레교습소에 다니는 배도일 역의 이정섭. 포토타임 때 스탭들이 다른 배우들과 같이 사진찍으라고 떠밀자 마지못해 한컷. (왼쪽 사진) △ 윤계상: 수진이 옷이 오늘 너무 세련된 것 같은데요. 김민정: 얼굴은 촌스럽다는 얘긴가? 변영주: 니네 이제 서로 막 나가는구나.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