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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Net을 탄생시킨 숨은 산파들의 대담
김수경 2004-06-15

산고(産苦)를 함께 치르는 방법을 찾는다

1999년부터 한·일 양국의 영상위원회를 선도하고 아시아 차원의 영상위원회 네트워크를 구상했던 두 사람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영상위를 오가며 영화산업도시 부산의 조감도를 그려낸 박광수 부산영상위원장. 미국과 일본에서 절반씩 교육받고 30살에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제작사를 설립한 뒤, 고베 영상위원회를 만들어 일본 영상위원회 활동을 촉발시킨 다나카 마코 대표. 두 사람의 대담은 AFCNet이 안고 있는 현안과 앞으로의 전망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참석자/ 박광수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고베 영상위 다나카 마코 대표

AFCNet는 왜 필요한가.

박광수 AFCNet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해부터다. 그전에는 아시아가 아니라 범위를 세계로 했었는데 유럽도 그렇고 다들 블록화하는 추세라 아시아쪽부터 먼저 연대기구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난해 다나카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자주 나눴고, 올해 10월에는 발족을 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그동안 한국 영화사나 방송사가 일본에 촬영하러 가서 실수를 많이 했는데, 이건 비단 한-일 간의 촬영지원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AFCNet를 서둘러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고베 영상위원회만 하더라도 한국영화를 몇편 했고 실질적인 불만이 있을 것이다. 다나카가 점잖은 분이라 말은 안 하지만. (웃음) 이제부터라도 촬영 지원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AFCNet는 기준을 만들어 예상되는 갈등을 없애고 조정할 것이다. 현재 개별 영화사들이 일본쪽과 교류를 하고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치러야 하는 예산낭비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다나카 마코 앞서 말한 갈등은 문화적인 차이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도 미국에 갔을 때 미국 문화가 달랐기 때문에 당황한 적이 있다. 한국쪽에서도 좋은 의도로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쁘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박광수 일본쪽에 촬영협조를 부탁해놓고서 일정을 펑크내 일본쪽 영상위원회를 당황하게 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에 영화사가 1100개나 되지 않나. 다시는 한국쪽 요청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지역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본의 고성 등과 같은 유적지의 경우 일본쪽에서 특별한 보험을 요구하거나 일본 회사와의 합작을 요구한다.

각국 영상위원회 활동은 어떤가. 교류시 문화적 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박광수 우리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지금은 훈련이 된 편이다. 무조건 그 자리에서 해달라는 경우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전에 절차를 요구해서 일을 진행한다. 홍콩의 상황이 예전 우리랑 비슷한 것 같다. 지금 상황을 마련하기까지 우리 스탭들이 고생한 부분이 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면 영상위원회 활동이나 영상위원회가 요청한 절차 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다.

다나카 마코 한국에 비해 일본은 더 느리다. 외국에서 어려운 게 한국은 나이에 따라 나이대접을 하는데, 일본에서는 입장이나 지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일본은 어떠한 절차를 건너뛰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일본에는 ‘네마와시’라는 게 있다. 사전에 문서나 전화 등을 통해서 해결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미팅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 스타일이다. 즉각 이 자리에서 외국사람이 대답해달라면 곤란하다. 지하철 촬영을 원하면 지하철 노조나 이런 부분에 여유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박광수 그래도 고베 영상위원회는 잘해내고 있지 않나. 대부분 일본의 영상위원회는 관광쪽에 초점을 맞추는데 고베 영상위원회는 영상산업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현재로도 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일본 영상위이지만, 장기적인 전망 또한 어느 영상위원회에 비해 밝다.

다나카 마코 과찬이다. 아까 패널토의 때 “이제까지 일본 영상위는 뭘 했나”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았나. (웃음) 개인적으로 볼 때 부산이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본다. 고베는 일본의 관객이나 영화산업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상산업도시가 되는 게 힘들다.

박광수 다른 건 없고, 다나카만 건강하면 (고베가) 영화산업도시로 발돋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웃음)

다나카 마코 고베는 정부 예산을 조금 받지만 다른 일본 영상위의 경우 자원봉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부산영화제에서 PPP나 BIFCOM을 보면서 자원봉사자 시스템이 잘돼 있는 것 같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좀 놀랐다. (일본의 경우) 엑스트라에 자원봉사자를 쓰는 것이 보편적이다. 또 현장에 나가면 도시락이 매우 차가운데 주부들이 도시락을 제공하는 방식이나 학교와 연계하여 학점을 부여하는 인턴십 같은 방안을 제안한다.

박광수 만약 한국에서 엑스트라를 돈 안 주고 쓰면 관련 회사들이 망한다.

다나카 마코 일본도 도쿄 같은 대도시는 마찬가지다. 소도시의 경우에 활용가능하다고 본다.

박광수 한국의 남도영상위원회는 인근에 관련회사가 없어서 엑스트라에 자원봉사자를 활용할 계획인 걸로 안다.

다나카 마코 다른 나라를 알려면 언어라는 것이 우선되지만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이해하기는 영화나 TV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그러나 그것은 픽션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 사람들이 <겨울연가>를 보고 한국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연애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웃음)

박광수 국가간의 관계나 인간관계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를 이해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연애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나카 마코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기를 낳는 고통과 같다.

통역 배소현/ 부산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