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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차인표 “19살은 쑥스러워”
2004-06-16

"감독님께 20대로 나이를 올려달라고 해야겠는데요"

지난 14일 전북 군산의 한 항구.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이고 쌀 가마가 수북이 쌓여 있는 임시 세트장에서 차인표(37)를 만났다. <불새>의 후속으로 방영될 MBC TV 월화극 <영웅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소원영 박홍균)의 주인공 천태산 역을 맡은 차인표가 이날 촬영을 시작했다.

쌀 가마를 나르느라 머리는 까치집이 됐고, 해진 옷차림에 분장으로 더욱 검게 그을린 피부가 영락없는 '촌놈'이다. 1930년대 중반 인천 부두로 설정된 세트장에는 50여명의 보조출연자가 쌀 가마를 나르는 장면을 찍느라 부산하다. 소품으로 쓰인 쌀 한 가마는 4만원짜리. 1천석이 쌓여 있으니 4천만원 어치다. 이 소품은 국대호(전광렬 분)가 쌀장사를 할 때 다시 쓰일 예정이다.

극중 19살의 나이로 나오는 차인표는 아무래도 10대라는 나이가 부담스러웠는지 "연출가에게 나이 설정을 좀 바꾸자는 제안을 해야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웅시대>는 기획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 <용의 눈물> <야인시대>등 굵직굵직한 작품을 써온 이환경 작가가 집필하는 기업 드라마라는 점에서, 또한 두 주인공 천태산과 국대호가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막상 방영일이 다가오자 MBC측은 현대나 삼성과 관련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차인표는 "시청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천태산은 건강한 젊은이로 나와 그런 논란과 상관없이 매력적인 인물이다"고 말했다. "감독님도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라고 해 자료를 일절 보지 않았는데 어제 로드매니저가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사와 읽고 있다. 재미있더라"고 소개했다.

중국 드라마 <천려유정>을 찍고 11일 귀국한 후 타계한 선배 김일우의 빈소에 들렀다가 13일 밤에 군산으로 내려왔으니 쉴 틈도 없었다. 그는 "재벌을 다룬 드라마가 무엇 때문인지 조기종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청자들도 재벌의 삶을 엿보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제하며 "이 드라마를 보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자세히 소개된다. 쌀, 자동차 수리 등 시대마다 첨단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었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 후 재기의 과정도 그려지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차인표는 5.16 직후 40대 초반까지 30회 분량 출연하고, 그 이후는 최불암이 천태산을 연기한다. "5.16 이후 정경유착 등 골치아픈 문제는 최불암 선배님이 짊어지고, 난 돈 버는 데만 충실하면 돼 부담이 덜하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중국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대중문화에서 무역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했다. "현재 한류 열풍으로 배우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란 브랜드로 진출하고 있는데, 상호교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저쪽에서 우리 문화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중국 현지에서 오래 머무는 게 힘들어 앞으로 중국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때는 가족이 다 함께 가기로 아내 신애라와 약속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군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