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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서울아트시네마, 어디로 가나
이영진 2004-06-17

서울아트시네마가 둥지를 잃게 생겼다. 건물주인 아트선재센터쪽이 현재 서울아트시네마가 임대해 상영관으로 사용 중인 지하공간을 비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2002년 5월 서울시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자리잡은 뒤 2년 넘게 구로사와 기요시, 앨프리드 히치콕, 장 르누아르, 로베르 브레송 등 일반 상영관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거장들의 영화들을 ‘모듬’으로 선보여 시네필들의 아지트로 자리잡은 서울아트시네마는 이번 일로 내년 활동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전망.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이사이자 서울아트시네마 사무국장인 김노경씨를 만나 사정을 들었다.

통보를 받은 게 언제인가.

6월9일 아트선재센터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이튿날 공문이 왔다. 이유에 대한 부분은 특별히 언급되지 않았고, 재계약이 어렵겠다는 내용이었다. 노후한 건물을 보수하고 리노베이션하겠다는 아트선재센터쪽 입장을 전해들은 건 그 이후였다. 앞으로는 임대공간을 없애고 건물 전체를 미술관으로만 쓸 수 있도록 용도를 바꾸는 쪽으로 고려하는 것 같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다른 상영공간을 물색하겠다고 했는데.

아트선재센터가 최선은 아니지만 기존 상영관 중 이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지 않다. 35mm 영사기 2대로 릴을 잇지 않고 틀어야 할 때도 불편이 없고, 16mm, 디지털 등 포맷에 따라 다양한 영사도 가능하다. 기존 상영관을 대여하는 문제는 영사뿐만 아니라 사운드 등을 다시 손봐야 할 텐데 그걸 보수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다시 아트선재센터쪽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분위기로는 힘들 듯해서 다른 곳을 알아보는 일도 병행해야 할 것 같다.

아트선재센터쪽에 지불했던 임대료만으로 여타 상영관을 구할 수 있나.

그동안 아트선재센터에 11개월 기준으로 1억7800만원의 임대료를 냈다. 관리비를 제한 금액이 아마 1억4천만원 될 거다. 한달에 1600만원꼴인데 우리가 임대해서 들어갈 당시에는 지금 상영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극장이 마땅한 용도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던 때라 아주 적은 금액으로 임대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이만한 임대료로 이만큼의 상영공간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화진흥위원회나 한국영상자료원쪽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일단 상황을 알렸고, 조만간 미팅을 한 다음 비대위를 꾸리려고 한다.

한국영상자료원으로 가는 건 어떤가.

거기 좁은 거 잘 알지 않나. 한국영상자료원도 곧 상암동으로 이전하는 마당에 허락받기도 어렵겠지만 우리가 들어갈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2002년 5월 개관했다. 그동안 서울아트시네마가 거둔 성과에 대해 자평한다면.

개관한 해 8개월 동안 2만6천여명의 관객이 들었다. 1회 상영시 평균 72명이 관람했는데 이듬해인 2003년에는 5만5천여명의 관객이 들었고, 회당 관람객이 94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집계해보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줄진 않았겠지. 박찬욱 감독이 어디선가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2주년 영화제에서 빈센트 미넬리의 <밴드 웨건>을 보고 싶다고 칸영화제 참석 일정을 늦출 수 없냐고 했다던데. (웃음) 물론 이같은 숫자나 관심만으로 서울아트시네마의 성과가 환산되진 않을 것이다. 미흡했지만 앞으로의 세대에서 이뤄질 다른 영화 보기, 다른 영화 만들기에 서울아트시네마가 일조했다고 여기고 있다.

공간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에 내년 상영일정이 어그러질 텐데.

2005년 상반기에 루키노 비스콘티, 자크 리베트, 프리드리히 W. 무르나우전을 준비 중이다. 지금 프린트 섭외에 들어가야 하는데 9월까지 공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영이 원활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