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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사회 日 ‘한류’에 당혹감
2004-07-05

<겨울연가>로 촉발된 일본 내 '한류' 열풍을 재일 동포사회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도쿄신문은 3일자에서 '호감과 혐오, 동전의 양면'이라는 기사에서 동포사회의 반응을 들어보았다. 요약한다면 한류에 대한 그들의 느낌은 현실과 메우기 힘든 괴리감이 주는 '당혹감'이라고 할 만했다.

뿌리를 찾고자 겨울연가를 보고 있다는 교토의 강영자(47.주부)씨는 "기쁘기도 하지만 이상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용사마' 붐이 '재일'(在日.재일동포사회)을 그냥 지나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자칫 "일본인을 '명예백인'으로 비꼬듯 일본의 외국인사회에서 한국인이 '명예외국인'이 될 소지가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호르몬 문화'의 편집장으로 2세인 김 영(45)씨는 "최근의 일본은 외국인을 배제하는 공기가 만연해 있다"며 "겨울연가의 인기와 그 갭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민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 후 터져나온 일본사회의 '북한 때리기'를 상기하면서 "그 후 아이들이 '저고리'를 입지 않으려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한류와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이라는 모순의 뿌리는 일본인의 역사인식 단절에 있다"고 지적했다.

작가인 서경석씨는 "솔직히 말하면 한류가 차별해소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1990년대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자유롭게 다뤄 <실미도>와 등의 영화가 나왔다"며 "그러나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식민지 지배나 남북분단을 지지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 영화들을 '마초(남성) 영화'로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씨는 "겨울연가는 한국 중산층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에 대한 호감과 '재일'이 일상적으로 곤란을 겪는 것이 일본인의 의식에서는 연결되고 있지 않다"며 "재일이라는 보이지않던 존재가 새롭게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당신은 새로운 한국 드라마가 좋은가. 나는 좋다"라고 묻는 일본인들에게 당혹감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한국에서 온게 아니라 조선이 식민지가 된 탓에 2대, 3대 전부터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로 그런 우리에게 한국의 드라마에 대해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박 일 오사카(大阪) 시립대학교 교수는 "배용준이 한국에 대한 호감의 상징이라면 김정일(金正日)은 혐오의 상징으로서 일본인의 감정에는 동전의 양면같이 병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틈에 낀 재일동포는 어떤 때는 배용준으로 취급받지만 어떤 때는 납치의 가해자로 공격받는다"고 토로했다.(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