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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MBC 드라마

‘드라마 왕국’을 자부해온 문화방송이 비상사태를 맞았다. 월화와 수목, 주말과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를 통틀어 확실한 1위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는 사상 초유의 드라마 불황기에 든 때문이다. 드라마국과 편성국을 중심으로 불황 타개를 위한 묘수를 짜내고 있지만, 뾰족한 비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티엔에스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28일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의 시청률은 13.8%에 그쳤다. 같은 시간대 한국방송 2텔레비전 <풀하우스>는 29.9%로 대박 프로의 기준점인 30%에 한 발자욱만을 남겼다. 이날 새로 선보인 에스비에스 <형수님은 열아홉>은 전작 <섬마을 선생님>과 비슷한 10.3%를 기록했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차태헌과 성유리의 스타파워를 앞세워 첫회부터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기염을 토했지만, 결국 <풀하우스> 앞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홋카이도와 발리, 타히티 리조트의 아름다운 풍광으로도 이야기의 진부함과 삼각관계의 미묘한 떨림을 담지 못한 낙제급 연기의 흠결을 가리지는 못했다.

수목 ‘황태자’는 ‘꽝태자’‥주말·일일도 1위와 큰 격차

기대주 ‘영웅시대’도 예상밖 혼전‥획기적 묘책은 없어

월화 드라마 <영웅시대>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티엔에스 조사에서 <영웅시대> 시청률은 27일 16.9%로 같은 시간대 에스비에스 <장길산>(17.8%)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구미호외전>은 15.7%를 올렸다. 다른 시청률조사기관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서는 <영웅시대>가 17.6%로 <장길산>(17.1%)과 <구미호외전>(17.2%)을 앞선 것으로 나와, 세 드라마 사이 치열한 각축전을 반영했다. 어쨌든 월화드라마에서도 문화방송이 확실한 선두를 확보하진 못한 셈이다.

8시대 주말극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장나라를 앞세운 <사랑을 할거야>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애정의 조건>에 밀려 시청률 10%대 중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진실과 최수종의 투톱을 내세웠던 전작 <장미의 전쟁>에 이은 연속 패배다. 10시대를 장악한 에스비에스 주말극 <파리의 연인>에는 아예 명함을 못내밀 정도다. 일일극 <왕꽃선녀님>도 초반 한국방송 <금쪽같은 내새끼>에 10% 가량 뒤졌던 격차를 좀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8일 티엔에스 집계는 <왕꽃선녀님> 15.1%, <금쪽같은 내새끼> 25.3%였고, 닐슨미디어리서치에선 16.6% 대 23.3%였다.

드라마의 부진에 따른 문화방송의 충격은 예상을 웃돈다. 지난 상반기까지 <대장금>과 <결혼하고 싶은 여자> <불새> 등으로 드라마 경쟁의 승자로 군림했던 데다, 2002년 <네멋대로 해라> 2003년 <다모> <앞집 여자> 등으로 드라마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며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떨쳐온 터이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며 “다만 <영웅시대>가 차츰 이야기 본령에 접어들어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목 후속작인 <블루 아일랜드>는 입양아 문제를 다룬 예술성 있는 드라마라 시청률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고, 주말 후속극인 <한강수타령>은 김정수 작가 작품이라 지금보다는 좀 나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획기적인 기획은 사실 딱히 내놓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