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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유해업소라고?
2001-07-03

국내리포트/통화중

광주극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조만간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들을 위협하는 건 다름 아닌 귀여운 유치원생들이다. 극장 앞 20m 내에 있는 유치원으로 인해 광주극장은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극장을 이전하거나 폐지하라는 공문과 전화통보를 5년째 받고 있다. 학교 보건법상 극장은 정화구역 내 기타금지시설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쉽게 풀면 극장은 유해업소라는 뜻이다. 교육청은 지난 6월25일까지 이전 및 폐쇄할 계획이 있는 경우, 사직당국에 고발조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이미 그 시한을 넘긴 데다 엄청난 이전 비용을 어쩌지 못해 극장은 ‘처벌’만 기다리는 중이다. 극장쪽은 문화관광부 사이트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것도 별 소용이 없다. 학교보건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도리가 없어 “안타깝다”는 문화부쪽 관계자의 답변만 받았다. 극장관계자들이 더욱 억울한 것은 극장이 유해업소로 지정돼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해당 유치원이 문을 연 때는 1965년으로 극장이 관객을 받기 시작한 1933년에 비해 30년 이상 늦다. 그렇다면 유치원쪽이 불법행위를 한 것인가. 아니다. 문제의 학교보건법은 유치원 개원 시기보다 더 늦은 1968년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극장을 궁지에 밀어넣은 것은 유치원이라기보다 뒤늦게 제정된 학교보건법인 셈이다. 극장관계자는 “이러한 전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법전을 들이대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하소연한다. 문예진흥기금 등을 거둬들일 때는 ‘문화공간’으로, 깨끗한 교육환경 조성 등을 말할 때는 ‘유해업소’로 분류하는 정부의 이중기준을 어떻게 극장더러 납득하라는 것일까.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