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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2의 ‘누벨바그’여, 오라
2001-07-09

로마

페사로 국제 뉴치네마영화제 열려, 일본영화 특별전 관심끌어

올해로 37회를 맞는 ‘페사로 국제 뉴치네마영화제’가 6월22일부터 30일까지 해안의 도시인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렸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 영화제의 모토는 “새로운 영상언어 창조”인데, 영화제가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새로운 물결이 넘실거리던 65년 탄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모토는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영화제는 ‘누벨바그’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유럽은 물론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시네마누보, 쿠바영화, 그리고 아시아영화 등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일본영화의 실험성과 창조성을 인정,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많은 일본감독을 발굴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국제무대 출발점도 이곳이었다. 최근 들어선 중국, 대만, 그리고 이란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영화제의 DNA는 ‘새로움’으로, ‘새로운 제안’이라는 섹션에 10편의 영화가 출품했고, ‘60+0-’ 섹션과 ‘새로운 제안, 비디오’ 섹션에서는 픽션, 논픽션, 다큐픽션 등과 60분이 되지 않는 실험 단편영화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중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 메이킹필름, 기타노 다케시의 다큐멘터리 등이 눈길을 끌었다.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각 나라의 색깔에 맞는 매우 독창적인 것들이었다. 에이젠슈테인의 생애를 담은 레니 바틀렛 감독의 캐나다·독일 합작영화 <에이젠슈테인>, 23살의 스위스 출신 감독 요셉 파레스의 <잘라! 잘라!>, 덴마크 론 셰르피그 감독의 베리만 색채의 영화 <초보자를 위한 이탈리아어>, 그리고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등이 관심을 모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행사는 누벨바그와 함께한 <카이에 뒤 시네마>의 50살 생일 축하행사로 열렸던 ‘세계 누벨바그의 영화 회고전’. 장 뤽 고다르를 초청, 그의 영화는 물론 일본감독인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 오시마 나기사의 <닌자이야기> 등을 소개해 그들의 창조적인 실험정신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제 전반에 걸쳐 올해의 초점은 일본영화에 모아졌는데, ‘일본영화의 오늘’이라는 특별전을 통해 90년대 일본의 실험적 영화를 소개했다. 그중 일본 속의 한국을 소재로 한 두편의 작품이 눈에 띄었는데, 마스에 데스아키 감독의 <헬로 김치>와 리상일 감독의 <>이 그것. <헬로 김치>는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를 싫어하는 재일한국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은 작품이고, 리상일 감독의 <>은 한인학교 학생이 일본 학생들의 축구경기에서 진 뒤 강한 실망감을 안은 채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두 감독 모두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학교인 일본영화학교 출신의 재일동포로, 이 영화들이 모두 그들의 첫 장편이자 졸업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비경쟁으로 8일간 열리는 영화제는 매회 3만여명의 관객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300여명의 기자와 독립영화 관계자, 제작자, 배급자들이 모여드는 조촐한 자리이다.

로마=이상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