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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아시아 영화의 중심
2001-07-20

태국영화계에 무슨 일이 생겼나? 우리에겐 낯선 영화적 변방, 태국이 아시아 영화의 지형도를 변화시키며 세계 영화계에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증명해주는 가장 최근의 사건은, 올 칸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부문’에 올라 호평을 받은 위지트 사사나티엥 감독의 <티어즈 오브 더 블랙타이거>. 이번 부천영화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 영화는 외관만으로는 마치 60년대 서구 마카로니 웨스턴과 전통적인 최루성 멜로를 섞어놓은 듯한 것이지만, 독특한 감성의 영화적 세계를 구축하는 비주얼과 양식화된 세트는 태국영화의 새로운 정체성을 엿보게 한다. 그리고 또 한편의 영화. 태국의 오우삼이라 불리는 옥사이드 팡, 데니 팡 감독의 <방콕 데인저러스>. 홍콩 느와르 특유의 비감 흐르는 액션과 세련된 카메라워크는 이 영화의 국적을 쉬이 알아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렇듯 다양성과 감각적인 스타일로 무장한 태국영화는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지형도와 정체성을 세우는 주요한 좌표가 되고 있다.

태국 영화산업은 70년대 이후 몇몇 구별되는 시기로 나뉜다. 1973년. 민주화운동에 의해 20여년간 유지되었던 군사정권이 무너지자, 태국의 영화산업은 검열과 억압에서 벗어나 장르와 스타일,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다양성을 경험한다. 특히 이 시기 사회적 진보성을 담은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1976년, 다시 억압적인 정권이 집권하면서 사회적 리얼리즘은 후퇴하고 주로 최루성 드라마와 코미디 장르가 지배적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70·80년대 태국 영화는 적어도 양적인 부문에 있어서는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한해 평균 200여편에 달하는 영화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아시아에 몰아친 경제위기와 함께 수그러들게 되고, 98년도엔 단 11편으로 위축되었다.

주목할만한 변화는 9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다. 1999년, 니미부트르의 <낭낙>이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압도하면서 이른바 태국영화의 ‘뉴웨이브’를 선도하기 시작하였다. 태국영화의 ‘뉴웨이브’라는 말은 영화의 정치적 미학적 차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제작사와 배급사의 상업적 전략에 의해 형성된 개념이라는 비판이 없진 않지만, 적어도 이 시기부터 만들어진 태국영화의 미학적 상업적 성공이 두드러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소재적인 면에 있어서도 시대극이 유행하는 등 민족주의적 경향성이 드러난다(90년대 후반, 경제적 신자유주의를 경험하는 많은 나라들은 문화와 이데올로기에 있어서 보수적 민족주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듯, 자국 영화의 상업적 수익이 증가되자 자연스레 투자비 증대로 연결되었고, 올해 만들어진 <수리요타이>는 제작비만도 우리 돈 140억원으로 역시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태국영화 산업은 자연스레 양질전화를 보여준다. 이번 부천에 소개되는 두편의 작품 <티어즈 오브 더 블랙타이거>가 칸에서 받은 주목은 물론이고, <방콕 데인저러스>는 토론토 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주류 상업영화 이외에도, 태국에선 영화의 미래적 가능성을 밝혀줄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 최근 부쩍 우수 단편영화들이 많이 제작되는가 하면, 90년대 초반부터 실험영화들도 꾸준히 실험되고 있다. 특히 태국영화의 성장과 세계적인 관심은 국내에도 이어져, 올해 열릴 부산국제영화제에 특별전이 마련되는가 하면, 한국영화와 합작 제작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정지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