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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 개막작 <메트로폴리스> 린타로 감독
2001-08-14

제5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의 개막작으로 지난 11일 상영된 <메트로폴리스>는 놀라운 화면을 선보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미래의 가상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상층부부터, 지하 구역까지 이 애니메이션은 이제껏 보지 못한 거대 도시 하나를 완벽하게 디자인해냈다. 각종 건축양식을 망라한 건물 하나하나의 외관에서부터 광고탑과 건축물, 공중을 가로지르는 전철망, 전자제품 폐기물이 즐비한 달동네까지 이 도시가 펼쳐보이는 스펙타클만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가 각본을 쓰고, 데츠카가 63년에 차린 무시프로덕션의 창단멤버였던 린타로가 감독한 <메트로폴리스>는 총제작비 10억엔에 제작기간 5년이 걸려 지난 5월 일본에서 개봉한 역작이다. 화면 뿐 아니라 내러티브도 정치하게 짜여진 이 작품은 데츠카에 대한 헌사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번 상영을 계기로 방한한 린타로(60) 감독을 지난 12일 만났다. 중학교 졸업 뒤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도에이동화사에 들어가 40년간 애니메이션에 몸담아온 린타로는 말 그대로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산 증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제임스 카메론 모두 저패니메이션의 오타쿠(열혈 팬)들이다. <메트로폴리스>를 완성한 뒤 제임스 카메론에게 보여줬다. 그는 `지금까지 본 저패니메이션과 전혀 다르며 이게 차세대를 대표하는 방식이 될 것 같으니 힘내라'고 말했다. 이건 내가 일본에서도 언젠가는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풀 애니메이션'으로, 앞으로 이런 제작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60년대 <철완 아톰> 등의 텔레비전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제작비를 줄이고자 1초당 24프레임을 다 쓰지 않았다. 대신 동작이 거칠어지는 걸 가리기 위해 앵글을 바꾸거나 장면을 전환하는 등 저패니메이션 특유의 기법을 개발해왔다. <철완 아톰>부터 <하록선장> 등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을 수도 없이 만들어온 린타로는 이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라 불렀고, 그 상대어로 작화수를 충분히 늘려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는 걸 `풀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같으면 계속해서 풀 애니메이션을 추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나 오토모 가츠히로, 오시이 마모루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만큼은 작화 수를 아끼지 않고 만들었다. 그 결과 총 작화수가 15만매로 저패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다.”

<메트로폴리스>는 바벨탑의 전설처럼 과학의 힘을 과신하고서 지구를 인위적으로 개조하려다가 파멸되는 미래의 묵시록이다. 음울한 이야기지만 시종 경쾌한 재즈음악을 내보내 화면과 절묘한 조화를 시도하고, 레이 찰스의 <아이 캔트 스탑 러빙 유>가 완주되는 가운데 이 거대도시가 무너져내리는 종반부는 실사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한다. “내가 태어난 41년은 뉴올리안즈에서 재즈가 부흥할 때다. 메트로폴리스의 이미지를 당시의 맨해튼에서 찾았고 거기에 재즈를 썼다. 레이 찰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고 처음부터 <아이 캔트…>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무너짐, 망가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이 노래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린타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마음에 드는 건 <피노키오> 정도 뿐”이라며 “테크닉은 있지만 감동이 없다”며 디즈니에 대한 염증을 감추지 않았다. 그에게 40년 애니메이션 인생의 소회를 물었다.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그게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좀 낫다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작가라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스타일은 일상적인 것 보다는 판타지나 에스에프처럼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선에 서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원래는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에서 그걸 추구하고 있으니 상관없다.”

글 임범 기자isman@hani.co.kr 사진 서경신 기자rao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