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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 비냘디 집행위원장 인터뷰
2001-08-17

“영화제 규모를 키울 생각 없다”

+ 2001년 영화제의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흔히 보이던 표범(영화제의 상징)의 맹렬한 모습 대신에 표범가죽으로 만든 노란 하이힐을 신은 섹시한 여인의 발이 보인다. 로카르노영화제가 올해부터 여성체제로 넘어갔음을 상징하는 듯한데 그 신발로 표범처럼 뛸 수 있는지.

= 실은 어느 광고회사가 구상한 것인데, 반응이 아주 좋다. 당신의 지적대로 새로운 여성체제의 등장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신없는 부분도 있다. 내가 발을 디딜 곳은 피아차 그란데(로카르노의 상징이라 노천극장)이다. 그곳은 바닥이 울룩불룩한 돌로 되어 있어서 그 신을 신고 뛰다가는 넘어지기 쉬울 테니까.

+ 여성들이 이끄는 영화제는 유럽에서도 처음인 것 같다.

=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쯤 런던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은 여성이었고 그 밖에도 여성들의 활동이 컸으나 무슨 이유인지 오래가지 못했다.

+ 올해 심사위원 아홉명 가운데 일곱명이 여성이다. 그리고 19편 경쟁영화 가운데 7편이 여성감독의 작품이다. 어느 영화제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여성영화인의 등장이다. 취임 당시 당신이 거론한 ‘여성영화인의 파워’를 실감하게 됐다.

= 페미니즘 차원에서 여성파워를 말한 건 아니다. 영화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이나 여성영화인은 사실 아주 많다. 나는 이들과 같이 일하고 싶었고 내 부름에 이들은 기꺼이 따라줬다. 남성을 성차별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타인’, ‘다른 곳’이었는데 이탈리아 출신으로서 스위스영화제를 맡게 된 당신 자신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 (웃음)주제의 선택은 영화선정과 맞물리는 문제지만 메디아의 현실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우리는 지금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변동을 겪고 있는 시기를 살고 있다. 여행객에서 이민가족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이동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국이나 가족에 대한 기존의 개념은 차츰 사라지고 국경과 계층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소리다.

+ 로카르노영화제는 칸와 맞먹는 전통에다 수준 높은 영화제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대영화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르코 뮐러 전 집행위원장은 로카르노를 큰 영화제로 만들고 싶었으나 스위스영화계의 반대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 로카르노영화제는 전통적으로 대형영화제와 달리 감독의 초기 작품에 초점을 두어 왔지만 중요한 건 감독의 나이나 작품경력이 아니다. 로카르노는 새로운 영화언어의 창작품에 관심이 많다. 나는 영화제의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 국내외 영화제작자와 배급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인더스트리 오피스’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로카르노의 장점은 게스트들이 누구나 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관객 참여율이 항상 아주 높다는 점이다.

+ 마르코 뮐러는 알려지다시피 중국과 일본영화에는 많은 관심을 보였으나 한국영화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 문승욱 감독의 <나비>가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반갑다. 한국의 젊은 감독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 앞으로 한국의 젊은 감독들이 만든 좋은 영화를 기대하겠다. 개인적으로 베니스에 초청된 영화에 관심이 컸다. 그렇지만 한국쪽에서 베니스를 택했으니 어쩌겠는가. 요즘 서구 영화제서 아시아영화가 구심점이 되고 있는데 나도 아시아영화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지역의 영화를 발굴할 때라고 생각한다.

▶ 제54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 이렌 비냘디 집행위원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