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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오프닝 뒤 흥행성적 급격히 하락하는 블록버스터 늘어
2001-08-21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치고 빠지는` 주기가 2001년 여름 들어서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할리우드영화의 ‘일생’에서 개봉 첫 주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블록버스터가 영화산업의 주도권을 잡은 1970년대 중반부터 상승일로를 걸어왔으나, 2001년 여름시장에서는 주 단위가 아닌 일 단위로 흥행 성패가 갈릴 만큼 `단기전`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8월13일치 <뉴욕타임스>는 1990년대 초만 해도 20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둘째 주 이후 티켓 판매 감소율이 30% 선을 넘나들었던 여름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이제 3천개를 훨씬 웃도는 스크린에서 기록적 오프닝 성적을 올린 뒤 둘째 주부터 빠르게 박스오피스 톱10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이라2> <진주만> <혹성탈출> <러시아워2>는 모두 3100 내지 3400개 극장에서 개봉해 2주차에 50%가 넘는 수익 하락을 경험한 올 여름 블록버스터들. <혹성탈출>의 경우, 개봉 2주차에 60%라는 아찔한 비율의 수입 하락을 겪고 3주차는 다시 그 절반밖에 표를 팔지 못했지만 6850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개봉 3일간 수입에 힘입어 북미에서만 2억달러에 이르는 수입 기록을 달성했다.

여름영화를 소비하고 폐기하는 사이클이 이토록 짧아진 직접적인 원인은 1995년 2만7천개였던 미국 내 스크린 수를 현재의 3만8천개까지 부풀린 90년대 후반 멀티플렉스 건설 붐. 상영 스크린 수가 늘어나면서 몇주에 걸쳐 블록버스터를 분산 관람하던 관객을 첫주에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몇년 전만 해도 스튜디오들 스스로 대형 블록버스터들 사이를 2, 3주씩 떼어 배급했으나 이제는 매주 다른 영화의 정상등극이 일상적 풍경이 됐다. 부수적 원인으로 블록버스터의 질을 문제삼는 견해도 있다. 입소문이 좋았던 <슈렉>의 경우, 올 여름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개봉 2주차에 오히려 수입이 늘고 오랫동안 강세를 지속하며 미국 내 수입 2억6천만달러를 돌파했기 때문. <러시아워2>의 브렛 래트너 감독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영화다. 올해는 배우와 작가들의 여름 파업을 염려해 영화들이 서둘러 제작됐기 때문에 질이 떨어졌다”는 나름의 분석을 곁들였다.

블록버스터의 단명화로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극장주들. 대부분의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개봉 첫주에는 많게는 9:1에 이르는 부율로 극장과 수익을 배분하고 5:5 부율이 되려면 한달가량이 소요되는 계약을 맺고 있어서다. 비슷한 흥행이라도 첫주의 성공이 크면 클수록 스튜디오가 가져가는 몫이 커지는 조건에서 이번 여름과 같은 흥행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부율을 조정하려는 일부 극장 체인의 노력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뻔하다.

그러나 스튜디오들의 입장은 다르다. 영화 회전율이 높은 현재상황이 매진은 덜 나올지 몰라도 객석이 텅 비는 일도 줄여주는 데다 극장의 주수입원은 원래 구내매점 매출이기에 극장쪽에도 꼭 불리하지 않다는 주장.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배급이 팽창국면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한 국가가 아닌 전세계 동시개봉이 프린트 벌수의 제약없이 가능한 디지털 배급 방식이 실현되면, 배급시스템과 그것을 둘러싼 갈등의 성격도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