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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리포트] SICAF 2001 결산
2001-08-21

애니도, 만화도, 행복한 홀로서기

8월11일부터 삼성동 코엑스와 정동 A&C,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1’이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SICAF는 95년 처음 개최된 이래 국내 최대규모의 만화·애니메이션 축제로 자리매김해온 행사.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의 규모를 대폭 늘리고, 애니메이션 신작기획공모전과 투자설명회의 장으로 프리마켓 SPP를 신설하는 등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했다.

우선 올해도 출판만화 관련 전시와 이벤트 공간,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상품판매 부스가 동시에 들어찬 코엑스의 행사장 구성은 관람객들의 불만을 샀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의 행렬로 행사기간 내내 붐볐다.

올해 전시 중에서는 프라모델과 인형 등 각종 게임·애니메이션 관련 모형을 모은 캐릭터 모형전이 많은 눈길을 끌었다. 임창의 ‘땡이’부터 ‘꺼벙이’, ‘둘리’, 플래시애니메이션 캐릭터 마시마로까지 명랑만화의 4세대를 보여주는 올해의 주제전 ‘명랑만화전’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볼 만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강경옥, 김수정, 허영만 등 국내작가 10인을 선정해 전시와 동시에 신작 만화단행본을 출간한 ‘SICAF컬렉션’도 새로운 시도. '반갑습니다! 북한만화전'과 '고 김종래 유작전'은 만화책을 일일이 한장씩 코팅해 읽을 수 있도록 한 준비성이 돋보였다. 한편 홍콩만화전이나 유럽현대만화전은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전시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단편 대상 <아이의 탈선>, 신인상 <할머니>

뭐니뭐니해도 이번 SICAF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확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영화제의 홀로서기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8월11일부터 17일까지 정동 A&C와 씨네큐브 광화문 내 소극장 아트큐브에서 열린 애니메이션영화제를 다녀간 관객은 약 2만5천여명. 개막작으로 선정된 린 타로의 SF애니메이션 <메트로폴리스>와 정동 A&C에서 진행된 두 차례의 심야상영은 매진을 기록하는 인기를 누렸으며,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빌 플림턴의 <뮤턴트 에일리언> 등 장편과 필 멀로이, 후루카와 다쿠 등 각국 작가들의 단편선도 호평을 받았다. 심야상영에 편성됐던 일본의 성인용 비디오애니메이션 <카이트>와 <메조포르테>가 영화진흥위원회의 등급면제 추천대상에서 누락돼 상영이 취소되고, 예매 혼선과 자막 사고 등 진행상의 문제가 없진 않았으나, 상영작에 대한 만족도는 예년보다 한결 높은 편.

하지만 아트큐브의 경우, 상영관 규모가 너무 작아 연일 많은 관객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국제적인 규모의 영화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영관 확보가 시급하다. 영화제의 경쟁부문에선 장편의 경우 대상이 없이 빌 플림턴의 <뮤턴트 에일리언>에 감독상이 돌아갔다. 단편은 프랑스 인형애니메이션 <아이의 탈선>(피에르 뤽 그랑종)이 대상을, 한국작품 <할머니>(조성연)가 신인상을 수상했고, 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부터 화제를 모았던 멕시코산 클레이애니메이션 <다운 투 더 본>(르네 카스틸로)에는 심사위원특별상이 주어졌다.

그 밖에 TV & 비디오부문은 영국의 <빅 나이트>(마크 베이커)가, 학생 및 졸업작품부문은 러시아에서 온 <키슬로보스크로부터의 안부>(드미트리 겔러)가 각각 대상에 선정됐다.

SICAF 조직위는 애니메이션영화제와 더불어, 코엑스 3층 컨퍼런스센터에서 3일간 열린 국내 작품 대상의 애니메이션 프리마켓 SPP(SICAF Project Promotion)를 올해 최고의 성과로 꼽는다. 장편과 TV·OVA부문으로 나뉜 신작기획공모전에서 캔돌이비쥬얼아트의 <출동!로봇브이>, 서울무비의 <여우야, 여우야> 등 4편의 작품이 최종 선정돼 각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극장용 장편부문에는 라스코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동우애니메이션의 <마테오>, 미지온 엔터테인먼트의 <아장닷컴-바이레몬의 역습>, 디지털 코난의 <추>가 최종 지원작에 선정돼 3∼5천만원 상당의 지원을 받는다.

국내 50여개 투자사가 참여한 애니메이션 투자설명회에서는 <별주부 해로2> <오세암> 등 일부 장편기획에 대한 초기투자가 거의 확정된 상태.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투자사가 만나는 장으로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SPP의 첫걸음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 산업 파워 20

한편 한국만화애니메이션 산업적인 구도를 가늠해보고자 새로 마련됐던 ‘한국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파워 20인’ 선정 이벤트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업체, 단체, 학회 및 개인 등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회수율이 기대 이하였다. 일단 만화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 ‘둘리’의 아버지인 만화가 김수정씨가, 애니메이션부문에서는 15년간 창작애니메이션을 제작, 편성해온 KBS의 민영문 PD가 수위에 올랐다. <천국의 신화>로 표현의 자유를 위해 나섰던 이현세씨의 경우, 양쪽 부문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행사가 열리는 9일간, SICAF 2001을 찾은 유료관객은 영화제 관객을 포함해 약 15만명. 초대권 등을 포함하는 무료관객까지 합치면 약 27만명이 행사장을 다녀갔다는 게 SICAF 조직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99년 행사보다 관객도 늘고, 영화제와 SPP가 호응을 얻은 조직위에서는, 비엔날레인 행사를 내년에 바로 이어갈 지를 두고 논의 중이라는 후문이다. 어떻게 결정이 나는, 행사를 꾸리는데는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져야겠지만 말이다.

황혜림 기자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