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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기로에 서다
2001-08-27

스펙터클 높은 점수, 드라마는 기대 못 미친다는 평

지난 8월20일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국내 처음 공개됐다. 제작비 70억원, 호화캐스팅, 제작기간 1년, 1만km 넘는 대장정을 시도한 중국로케 등 갖가지 화제를 낳았던 영화 <무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 것인가? 첫 시사회가 열린 뒤 며칠간 “<무사> 봤어요?”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할 만큼 영화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액션과 스펙터클은 놀랍지만 드라마와 캐릭터의 매력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 대부분 일간지 영화면 기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으로 지난 1년간 이 영화에 매달린 제작사 싸이더스나 제작진 입장에선 다소 실망스런 반응이다.

<무사>는 원나라가 망하고 명나라가 일어서는 혼란기 중국 대륙에 사신으로 파견됐던 고려인들이 경험하는 작은 전쟁을 그리고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와 샘 페킨파의 <와일드번치>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김성수 감독의 말대로 <무사>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말려든 남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고려로 돌아가기 위한 힘든 여정이 그들에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도록 부추기지만 죽음 앞에 평등해지기 전까지 대립과 분열이 지친 고려인들을 가파른 벼랑으로 쉼없이 몰아세운다.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테크니션의 면모를 보여줬던 김성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화려한 액션연출을 보여준다. 화질과 음질에서 <무사>는 기존 한국영화보다 한 단계 앞선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문제는 <무사>의 드라마가 대단히 평면적이고 부분적으로 엉성하다는 점. 영웅적이든 염세적이든 감흥을 줘야 할 인물들의 매력이 화려한 액션과 촬영의 우아함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비천무>나 <단적비연수>에서 발견했던, 스케일에 집착하는 영화의 단점을 <무사> 역시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8월22일부터 시작된 일반 시사회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기대한 만큼에는 못 미친다”, “재미있지만 좀 길다”, “스케일은 만족스럽다. 한국영화로선 대단하다” 등이 관객이 <무사>를 보고난 느낌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흥행결과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가능한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다”는 입장. 최대 전국 200여개 스크린에서 동시개봉하는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무사>의 흥행결과는 제작비 70억원의 대작이 계속 기획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첫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최근 <무사>는 11월18일부터 도쿄에서 열리는 제2회 필름엑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8월24일에는 외신기자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과연 해외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무사>에 쏠리는 관심의 또다른 측면이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