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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카데미를 살려내라!
2001-08-28

“17년 전통의 영화아카데미가 21세기 한국에 자랑할 것은 빛바랜 자랑거리인 동문 출신 영화감독들의 머리숫자와 개원 이래 지금까지 우렁차게 돌아가고 있는 독일제 16mm 동시녹음 카메라밖에는 없게 될 날이 곧 올지도 모릅니다.”

8월30일자로 영화아카데미 주임교수직을 사임하는 황규덕 감독이 그동안 품고 있던 영화진흥위원회와 일부 상임위원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8년부터 영화아카데미 주임교수를 지냈던 황 감독은 지난 9일부터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문화강국의 실체’라는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영진위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이 장문을 통해 영진위의 미진한 지원을 비판하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1984년 출범 당시 12명이었던 학생 수가 36명으로 증가했고 교육연한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지만 “1년 예산액은 개원 당시 수준을 답습하지도 못하였”으며, 촬영분야가 신설됐음에도 교수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98년 부임 당시 집무실조차 없어 창고를 개조해 직접 만들었던 일, 당시 영진공이 교수 계약해지를 강요하다시피 하던 일 등을 술회하며 개인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예산까지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진위의 한 상임위원이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아 교수직의 신분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실습장비 구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토록 비생산적인 삶과 비생산적인 글을 다시는 내 인생에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끝을 맺은 이 글에 대해 영진위는 24일 같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황 감독 글 중 일부 내용은 의사전달 과정에서 생긴 오해인 듯하지만, 교수진 확충과 최신 기자재 확보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전반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영진위 관계자는 “황 교수가 이 글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영진위가 이같은 입장을 밝혔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