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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여, 관행을 벗으시오
2001-09-05

<버라이어티> 편집장 피터 바트 정직, 구식 저널리즘에 경종

미국영화산업 종사자들의 필독지 <버라이어티>의 편집장 피터 바트(69)가 저널리스트의 윤리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는 ‘혐의’로 정직(停職)상태에 들어갔다. 사태의 빌미가 된 것은 전 기자 에이미 월리스가 <로스앤젤레스> 잡지에 쓴 기사.

바트는 이 기사에 보도된 정치적으로 그릇된 발언과 스크립트 거래로 궁지에 몰렸다. 이 기사는 피터 바트가 흑인들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직업도 없고 스스로를 ‘흑인적인 태도’ 안에 매장한 게토 흑인”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과, 바트가 “나는 더이상 ‘호모들’(fags)을 고용하지 않겠다. 그들은 자꾸 병들어 죽는다”고 말한 적이 있음을 한 <버라이어티> 전직 기자의 증언을 인용해 폭로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1996년 바트가 <버라이어티>에 재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쓴 <크로스로더스>라는 시나리오에 아내의 처녀 시절 이름을 붙여 친구인 프로듀서 로버트 에반스에게 판권을 팔고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 관행상 할리우드 업계지의 기자들은 스크립트 거래에 연루되는 것이 엄격히 금기시되고 있다.

<버라이어티>의 모회사 캐너스의 매체 파트 사장 테드 스미스는 지난 8월17일 잡지 제작진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려를 표하며 “바트는 우리 회사의 가치관 및 행동강령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는지도 모른다. 회사는 사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동안 그가 잠시 업무를 떠나 있도록 청했다”고 밝혔으며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다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에서 기자 경력을 시작한 바트는 1967년 파라마운트에 입사해 <대부> 등을 제작했고 1989년부터 <버라이어티>의 에디터로 일하며 할리우드의 숨은 파워로 인정받아왔다.

할리우드 유력 영화지가 구설수에 휘말린 것은 올 들어 두 번째 있는 일. 지난 4월에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에디터 아니타 부시가, <할리우드 리포터>의 한 칼럼니스트가 영화사로부터 선물과 가짜 크레디트를 선사받은 사실을 다룬 기사가 발행인에 의해 삭제되자 항의 사직하고 곧이어 문제의 칼럼니스트 조지 크리스티의 칼럼이 연재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남가주대 커뮤니케이션 스쿨 마틴 카플란 교수는 “영화산업이 성장하면서 영화 업계지의 독자층도 변하고 감시의 눈길도 엄격해졌다”고 전제하고 “구식의 ‘좋은 게 좋은 거다’ 식 저널리즘에서 객관적이고 엄밀한 보도로 이행하는 현 국면을 반영하는 사건”이라고 과의 인터뷰에서 해석했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