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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파이2>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고수
2001-09-05

미성년의 꼬리표를 떼고, 더 찐하게 떴다!

<아메리칸 파이2>가 미국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해, 올 여름 미국 개봉영화 중 정상체류 최장기록을 세웠다. 지난 8월10일, 개봉 첫 주말 45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아메리칸 파이2>는 3주차 주말, 1280만달러 수익을 올리며 흥행수위를 고수했다. 유난히 수위 변동이 심한 올 여름 박스오피스에서 이처럼 2주 이상 1위를 유지한 것은 <진주만>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그나마 <진주만>도 2주를 넘기지 못했다. 올해 개봉작을 통틀어도 <한니발>과 <스파이키드>가 3주 연속 1위의 타이 기록를 갖고 있는 정도다.

<아메리칸 파이2>는 톰과 폴 웨이츠 형제 감독의 99년작 <아메리칸 파이>의 속편. 10대들의 성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을 둘러싼 코믹한 에피소드로 성장기를 펼쳐보인 전편은, 불과 1천만달러의 예산으로 10배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 바 있다. 기대 이상의 히트를 거둔 전편에 이어 속편이 기획된 것은 당연한 수순. 웨이츠 형제가 속편 연출을 고사하면서 감독은 전편의 조감독 출신인 J. B. 로저스로 바뀌었지만, 시나리오 작가 아담 허츠와 출연진 대부분은 속편에 참여했다.

익숙함과 새로운 볼거리를 적절히 배합하는 속편의 공식대로, <아메리칸 파이2>는 전편의 10대들이 대학생이 된 이후의 이야기. 첫 섹스의 느낌이 파이 같다는 말에 파이로 자위를 하던 어리숙한 주인공 짐, 고교 커플이던 케빈과 비키, 정액이 담긴 맥주를 들이마시던 오즈 등 전편의 주인공들이 거의 그대로 등장한다. 대학에서 1년을 보내며 각각 섹스와 사랑에 대해 좀더 많은 경험을 했지만, 아직도 이들의 중요한 화두는 섹스다. 미성년의 꼬리표를 뗀 만큼, 휴가를 위해 호숫가의 집을 빌려 모인 친구들은 좀더 다양한 섹스의 기행을 보여준다. 고교 졸업파티 때의 파트너 미셸과 인터넷 섹스 생중계의 주인공 나디아 사이를 오가는 짐의 에피소드가 주축을 이루며, 폰섹스, 동성애 등 성에 관한 갖가지 농담이 사이사이 끼어든다.

신선미는 떨어졌다는 평을 들었지만, 익숙한 캐릭터들과 전편의 변주에 충실한 구성은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개봉 첫주에 이미 제작비 3천만달러를 회수한 <아메리칸 파이2>는 지금껏 1억960만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으니까. 지난주 새로 개봉된 5편의 영화들도 <아메리칸 파이2>의 흥행가도를 막진 못했다. 케빈 스미스의 신작 <제이와 사일런트 밥의 역습>이 1위를 뺏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으나, 개봉 주말 수익 1140만달러로 3위에 올랐을 뿐.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의 야구영화 <서머 캐치>와 존 카펜터의 <고스트 오브 마스>도 각각 6위와 9위에 그쳤다. 이 기세대로라면, <아메리칸 파이2>가 올해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오래 수위를 지킨 영화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로써 ‘속편을 조장하는’ 올 여름 미국 박스오피스의 교훈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전편의 성적을 넘어 2억달러 고지를 돌파한 <미이라2>를 필두로 <쥬라기 공원3> <닥터 두리틀2> <러시아워2>를 거쳐 <아메리칸 파이2>에 이르는 속편들의 성공으로, 할리우드에는 당분간 속편 바람이 그치지 않을 듯하다.

황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