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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홍콩`, 용트림을 시작하다
2001-09-19

철의 여인들>과 <티어스 오브…>흥행 호조, 영화·사회·문화적 요인 작용한 듯

올 여름 런던의 극장가를 지켜보면서, 최근 새롭게 등장한 글로벌 시네마라는 말이, 실질적으로는 세계 전역에서 똑같은 할리우드영화를 거의 동시에 보고 있음을 지칭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미이라2>로 시작해서, <진주만> <파이널 환타지> <슈렉> <툼레이더> <혹성탈출>, 그리고 이제 좀 늦게 도착한 <물랑루즈>까지. 이 할리우드의 총공세 기간중,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와 베트남 영화인 트란 안 훙의 <At the Height of Summer> 등 아시아권 영화들은 여전히 아트하우스라는 게토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 안전하면서도 비좁은 게토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아시아영화 두편이 있었으니, 타이영화인 <철의 여인들>과 <티어스 오브 더 블랙타이거>가 바로 그들이다.

<철의 여인들>은 게이, 복장도착자, 성전환자로 구성된 배구팀이 1996년 실제로 타이 국가 배구 리그에서 우승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이 영화는 영국에서는 최초로 개봉된 타이영화로, 지난 7월 말부터 개봉, 일종의 아트하우스 극장인 런던의 ICA에서 한달이 넘게 상영되면서 좋은 흥행성적을 거뒀다. 타이영화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했다는 이 영화는, 완성도가 높거나 예술적 감각이 높다고 보기는 힘든 영화다.

대신, 다소 특이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장점과, 웃음을 통해 타이사회의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드러내고 이들에 대한 관용을 요구하는 미덕도 갖고 있어서, 영국 관객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돼 관심을 불러모았던 <티어스 오브…>는 미라맥스가 영국 전역에 배급하는 첫 영화가 됐다. 8월 말 20여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뒤, 2주가 넘는 지금까지 선전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이 뒤섞여 있는 독특한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영화는, 새로운 영화 스타일에 대한 호기심과 이국적, 복고적이면서 약간은 촌스러운 듯한 이미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영국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두 영화의 상업적 성공으로 타이가 과연 ‘제2의 홍콩’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대어린 관심까지 생겨나고 있는 한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들 영화들의 상업적인 성공 뒤에는 영화적인 요인 이외에도 다른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게 말하면 타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감이, 나쁘게 말하면 타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환상이 이들 영화의 스토리, 스타일과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철의 여인들>의 경우에는 타이라는 나라에 대한 섹슈얼한 이미지가, <티어스 오브…>의 경우에는 패스티시와 키치적인 조잡한 분위기에 대한 향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런던=이지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