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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만 하라는 것은 독재”
2001-09-19

첸카이거, 세기영웅영화투자회사 오픈기념석상에서 상업영화의 중요성 강조

9월10일, 한동안 중국 내 매스컴에 등장하지 않았던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중국 국제신탁투자회사(中國國際信託投資公司)의 계열사인 중신문화체육산업회사(中信文化體育産業公司)가 중국영화집단(中國電影集團)과 공동으로 세기영웅영화투자회사(世紀英雄電影投資公司)를 오픈하는 날이다. 이 새로운 회사에서 첸카이거 감독은 예술 총감독의 직책을 맡고 있으며, 이 회사는 영화인들로부터 중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부인과 함께 참석한 첸카이거 감독은 기자들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중국이 개방을 한 기간은 길지 않지만 모든 분야에 있어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관객의 취향도 나날이 바뀌고 있다고 입을 연 첸카이거 감독은 18, 19세기가 예술의 시대라고 한다면 20세기 이후는 기술의 시대라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오늘날의 생활은 테크놀로지에 의해 이끌려가는 생활이다.”

이날 그가 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상업영화에 대한 강조였다. “나는 항상 중국영화가 사실 하나의 산업형태를 갖추지 못했고, 중국의 영화시장이 상업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영화가 크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다. 이건 모순이다. 현재 중국영화가 필요로 하는 것은 상업영화다. 우리는 오랜 세월 중국의 문인(文人)전통을 보아왔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그런 예술을 하는 것으로 생각돼왔다. 만약 모든 감독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중국영화는 영원히 산업 형태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모두 예술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독재사상이다.” 그는 이어 다시 한번 중국 영화산업에 있어서 상업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설령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영화라 할지라도 그 속에 인성에 대한 것이 있어야 한다. 영화 <진주만>을 볼 때 우리는 폭탄이 터지는 그 연기 속에 있다. 이것은 과거의 영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각이다. 스펙터클한 화면이 우리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지만 결국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스크린 위의 폭탄이 아니라 인성이다.”

첸카이거는 현재 새 영화 <당신과 함께>를 준비하고 있다. 2001년에 일어난 베이징 스토리이며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쿨한 청춘물은 아니라고 귀띔한다. “당신은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라는 기자의 말에는 자신은 감성의 감독이며 자신의 영화는 매우 낭만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세대들은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낭만적인 시대에서 자랐다.”

베이징=김필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