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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는 잔인함은 왜일까? <조폭마누라>
2001-09-21

은진(신은경)은 여자지만 싸움을 무척 잘하는, 조직폭력배의 중간 보스다. 가위를 분해해 쌍칼로 사용한다. 성질이 불같지만 암에 걸린 언니 앞에서 만큼은 얌전한 체 한다.

곧 죽을 언니가 은진이 시집가는 걸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하자 은진은 부하들을 시켜 결혼작전을 짠다. 조폭이라는 걸 속이고 순한 말단공무원 수일(박상면)과 결혼하지만, 사랑이나 섹스 같은 건 안전에 없다. 조금만 있다가 이혼하려 하는데, 언니가 이번에는 조카를 보고 싶다고 한다. 그 와중에 다른 조직폭력배가 구역을 침범해 들어온다.

<조폭 마누라>(조진규 감독)는 `깡패영화'라는 장르를 코미디나 로맨스 쪽으로 변주해 낼 것 같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못하다. 잔인한 결투 장면과 `썰렁 개그'가 병렬돼 있을 뿐이어서 장르 변주라고 부르기가 쑥쓰럽다.

이야기는 결투와 개그를 이어가는 수단에 불과하다. 말이 잘 안되고, 영화 만드는 쪽에서도 그리 중요하게 여긴 것 같지 않다. 여자를 조폭 보스로 내세운 대목에 주목해봐도, 은진에게서 여자이면서도 정글같은 마초세계를 다스려가는 카리스마나 지혜를 찾기 힘들다. 사람 잘 패고, 눈에 힘을 잘 주는 것 뿐이다. 가볍게 웃을 것을 바라는 분위기임에도 임신한 여자의 배를 죽어라고 발로 차대는, 이유없이 잔인한 대목을 집어넣은 건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