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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먼저 보기나 해라
2001-09-24

여순사건을 다룬 독립영화 <애기섬>이 정치권 색깔 공방의 빌미가 되고 있다. 발단은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국군 지휘부의 자해 행위’라는 기사. <월간조선>은 <애기섬>이 좌익 반란사건을 비호하고 국군의 진압을 양민학살로 왜곡한 영화인데도 국방부가 영화제작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는 “헬기, 소총, 차량, 군복 등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사회를 거쳐 문제부분이 있으면 삭제키로 했다”고 밝히고, 지난 9월18일 서울지방법원에 <월간조선> 10월호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곧이어 <애기섬> 논란은 정치권으로 튀었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여순반란사건에 관한 영화에 국방부가 지원한 것은 현 정권의 역사관과 안보관이 흔들리고 있는” 증거라며 김동신 국방부 장관의 사퇴론을 꺼내들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애기섬>의 연출을 맡은 권현철 감독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권 감독은 “영화를 보지도 않은 기자가 <애기섬>을 평하고, 이를 믿고 야당이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논하고 있다”면서 “영화를 정쟁수단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 의해 지역사회가 만들어낸 독립영화 한편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화인들은 이번 문제가 직접적인 검열 형태는 아니지만, 표현물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애기섬>을 둘러싼 무차별 색깔 공세는 부당한 가치판단이 개입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 보호라는 측면에서 영화인들 역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