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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의 멜로 <스위트 노벰버>
2001-09-27

부르주아가 보헤미안의 즐거움까지 향유하려는 `보보스' 풍의 멜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구석이 많다. 그래도 <스위트 노멤버>(감독 팻 오코너)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와 함께 잘 어울리는 올 가을의 멜로다. 사랑을 생각케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 초반은 조금 과장스럽다. 광고회사의 간부 넬슨(키아누 리브스)은 광적으로 보일만큼 일중독증과 나르시즘에 빠져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직장과 애인을 잃게 되는데, 그 순간 자기 삶과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자 새러(샤를리즈 테론)와 마주친다.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시험장에서 몹시 불미스럽게 만났지만, 새러는 “나와 한달만 살아보면 당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생뚱맞은 제안을 내놓는다. 당연히 넬슨은 그의 보헤미안적 삶에 차츰 동화되더니, 급기야 자기 것을 모두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는 소유해야 욕망의 소비가 완성되는 보편적인 삶에 문제를 제기하더니 사랑 역시 소유해야 완성되는지를 갑자기 묻기 시작한다. 새러가 불치병에 걸린 걸 모두가 알게 되는 후반부에서 던져지는 이런 질문은 진부한 멜로 공식을 따라가긴 하지만 효율성마저 잃진 않는다. 넬슨은 “삶 역시 불완전하다”며 끝이 보이는 사랑을 함께 마무리하자고 애원하지만 새러의 생각은 다르다. 자, 해묵은 물음 앞에 현실의 연인들은 어떤 길을 택할까?

이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