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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마누라> 뜻밖 흥행몰이 가벼움이 아쉽다
2001-10-05

추석 연휴 동안 <조폭 마누라>가 예상 밖으로 관객을 끌면서 이 기간 흥행1위를 기록했다. <조폭 마누라>는 지난달 28일 개봉한 뒤 지난 3일까지 6일동안 서울관객 39만2천명, 전국관객 143만8천명을 동원했다. 4일간 연휴가 계속됐다는 특별한 변수가 있지만 개봉 6일만에 전국관객 140만명을 동원한 건 한국 영화 사상 기록이다. 이 영화와 함께 개봉한 <봄날은 간다>는 완성도에서 <조폭 마누라>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같은 기간동안 서울관객 20만명, 전국관객 42만명으로 <조폭 마누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영화계는 <조폭 마누라>의 흥행 성공을 두고 뜻밖의 한국영화가 선전한 데 대해 반기면서도, 관객들이 너무 가벼운 영화만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조폭 마누라>는 `웃기면 다'라는 막가파 코미디고 장르적으로도 조폭영화의 아류작”이라며 “관객의 구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들이 깊은 정서의 결을 따라가는 섬세한 영화보다 크게 인기를 끄는 가벼움이 아쉽다”고 말했다.

명필름 심보경 이사는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의 가볍고 썰렁한 개그에 익숙해진 10대 후반~20대 초반 세대들은 가벼움이나 유치함에 대한 거부감이 없이 그걸 오락으로 잘 즐기는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영화를 해야 할지 착잡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심 이사는 이어 “이전 같으면 이런 세대는 한국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한국영화를 보러 오니까 긍정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 영화가 댄스음악 일변도의 가요계처럼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변해 다양성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영화가 텔레비전을 포함한 대중문화의 위세를 역이용하려는, 다른 대중문화의 코드를 받아서 상업적으로 업그레이시키는 움직임이 최근에 두드러지는 것 같다”면서 “이런 영화가 대세가 될 때 우리 사회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위상이 바뀌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폭 마누라>의 박미정 프러듀서는 “작품이 좋아서 터졌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작품 내부적으로는 정말 재밌게, 코미디이지만 진지하게 만들었다고 자부한다”면서 “그냥 웃고 떠드는 영화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이 새롭게 사회에 뛰어드는 의미를 담고자 했고 실제로 여성관객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박 프러듀서는 “이런 복합장르를 만드는 건 거의 막바지가 아닌가 싶다, <친구>나 <신라의 달밤>과 달리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마지막 차를 탄 것 같다”면서 “당분간 조폭 영화를 자제하는 바람이 일지 않을까, 우리 제작사에도 지금 그런 기획안이 들어 오고 있지만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